<논단>소비자가 보는 농촌, 그리고 축산의 미래 계획

2019.02.22 12:46:00


박규현 교수(강원대학교)


입춘(立春)이 지나가고 기해(己亥)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설 연휴가 끝났다. 새해의 계획을 서양력 기준으로 1월 1일에 세웠는지, 아니면 띠를 기준으로 해서 입춘에 세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벌써 많은 날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계획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본인의 신년 계획을 일 년이라는 기간으로 세울 수도 있고, 이 년 이상으로 할 수도 있다. 본인이 속한 단체, 기업의 계획이라면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일 수도 있다. 단기이던 장기이던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고 그것에 맞춰 세우는 것이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1월 31일 농정포커스 ‘2019년 국민들은 농업·농촌을 어떻게 생각했나?’를 발간했다. 이 자료는 2018년 11월 24일부터 12월 14일까지 농업인 1,259명과 도시민 1,500명 등 총 2,759명을 대상으로 했다. 주된 내용은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 ‘현 정부의 농정에 대한 만족도’, ‘구매요소’, ‘귀농·귀촌 의지’, ‘농업경영에 관련한 생각’이었다. 따라서 2018년에 했기 때문에 2018년도의 과거 농업에 대한 결과라기보다는 2019년 이후의 미래 농업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자. ‘농업·농촌의 중요성’에 대해서 농업인은 94.3%(매우 중요하다, 75.7%; 중요하다 18.6%), 도시민은 85.5%(매우 중요하다, 37.8%; 중요하다, 47.7%) 공감했다. 따라서 생산자인 농업인과 소비자인 도시민과 농업에 대한 인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역시 농업인은 매우 많다가 62.2%(대체로 많다, 26.0%)이었지만 도시민은 22.5%(대체로 많다, 49.7%)로 큰 차이가 있었다. 이것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젊은 도시민 응답자일수록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낮은 점수를 주었다(19~29세, 58.3%; 30대, 67.7%; 40대, 77.1%; 50대, 75.7%; 60세 이상, 79.4%). 그리고 공익적 기능을 위한 추가 세금 부담의 경우 농촌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의 찬성 비율(58.0%)이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찬성 비율(51.2%)보다 높게 나온 결과로 보았을 때, 농촌의 큰 기능인 공익적 기능에 대해 농업·농촌을 경험해보지 못한 도시민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농촌복지’와 관련한 예산 증대에 대해 젊은 응답자일수록 찬성하는 비율이 낮았다(19~29세, 34.9%; 30대, 44.7%; 40대, 52.0%; 50대, 54.3%; 60세 이상, 51.1%). 따라서 도시민 응답자들의 성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향후에 농촌복지 예산의 증가에 대해 도시민의 저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인 도시민이 ‘농식품 구매 시 가장 고려하는 요인’의 경우 ‘품질(맛)’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고 ‘안전성’과 ‘가격’이 뒤따랐다. 우리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을 비교할 때 ‘가격이 훨씬 비싸면 수입 농산물을 구매’한다는 의견이 37.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가격 요인의 경우 ‘육류’는 13.9%로, 타 농식품(채소, 9.8%; 곡물, 12.3%; 과일, 6.7%)보다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향후 가격경쟁력이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위 내용을 보면 도시민들은 현재 젊은 응답층일수록 농촌의 공익 가치에 대해 낮게 생각하고 있으며 농촌에 대한 예산 투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비교적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농업·농촌과 연관된 경험이 있을 경우 전체 응답층의 생각은 경험이 없는 응답층보다 예산 사용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농업·농촌과의 교차점을 만들 수 있다면 농업·농촌 부문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식품 구입에 있어 품질(맛)과 안전성이 충족된다면 가격이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육류는 다른 식품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8년 5월 11일(수입 갈비 가격의 가장 최신 통계 자료) 가격정보를 통해 한우 갈비, 미국 갈비, 호주 갈비의 100g 당 5년간 평균 소비자 가격을 보면 각각 4천625원, 2천3원, 2천58원으로 한우 갈비가 두 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시스템에서 수입육의 안전성이 검증되고 소비자들이 품질(맛)을 인정할 경우 수입육이 국내육보다 소비 우위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농림축산 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2019년 업무보고 자료에서 6대과제(농업·농촌 일자리 창출, 스마트 농업 확산, 공익형 직불제 개편, 신재생에너지 확대, 로컬 푸드 체계 확장, 농축산업 안전·환경 관리)를 발표했다. 이 중 축산과 관련된 내용을 보자. ‘일자리 창출’의 경우 동물간호복지사 국가자격을 신설(2019)하고 2021년부터 자격 취득을 의무화하며, 가축방역위생관리업을 신설하고 전문업체를 통한 소독·방제를 의무화하고, 재활승마지도사의 업무영역을 장애인 재활에서 심리치료로 확대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농축산업 안전·환경 관리’의 경우 사육환경 개선과 가축방역 강화 정책을 제시했다. 이런 정책의 방향성은 축산업의 안전성, 공익성, 전문성 및 환경성을 높이는 쪽으로 생각되며 축산에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스마트 농업 확산’을 위해 스마트(첨단) 축산 시범단지 3개소를 조성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런 정책의 방향성은 매뉴얼화 및 인력부족 해결, 그리고 생산효율성 증진 쪽으로 보인다.

국민들에게 한 농업·농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정부의 업무계획에서 빠진 부분이 보인다. 가격이다. 농식품부가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개편한다고 하지만 그 주된 대상은 경종 농가로 보인다. 공익을 증진하기 위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준수 의무도 강해진다. 농식품부가 환경을 점점 강조함에 따라 축산의 경우 생산비 증가는 당연히 예상되기 때문에 축산의 경우 과거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낮아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농식품부의 올해 정책에서 축산물 가격 경쟁력 향상은 주된 정책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축산인의 올해 축산의 새해 계획은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세워야한다. 올해 뿐 만 아니다. 앞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새해 계획은 가격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까? 아시아경제 신문의 2018년 1월 1일자 기사 ‘작심삼일의 역설-새해계획 성공확률은 8%…뇌의 변화 거부?’에서는 연초 계획의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로버트 마우어 UCLA 임상심리학 교수의 말을 빌려 이미 습관화된 일들을 갑작스럽게 바꿀 경우 뇌가 그 변화를 위협으로 받아들여 방어 태세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농식품부의 정책 방향과 별개로 우리 축산인들 스스로 가격 경쟁력 향상을 위해 조금씩 변화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가야 하니까…정책이 가격 경쟁력 향상 쪽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좋겠지만 미래를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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