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약업체, 양돈농가와 ASF 발생국 단체방문 논란

2019.08.15 20:25:15

농가 일각 “비상시국에”…바이러스 유입 우려 철회 촉구
업체 측 “방역기관이 주목적지…방역의식 개선 큰 도움”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여행을 떠나는 나라다. 양돈농가 경계대상 1호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러시아도 그 중 하나.
ASF 바이러스는 전파성이 높고, 냉장육·가공육·훈제축산물에서 수년간 살아남는 등 생존력이 강하다. 게다가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질병이 유입되면 양돈산업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동물약품 업체가 최근 수 십명 양돈농가와 함께 러시아로 단체 연수를 진행, 논란을 빚고 있다.
러시아 구제역백신 연구소 등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9~10월까지 순차적으로 연수가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양돈농가에서는 “러시아는 ASF 발생국이다. ASF 발생국을 양돈농가들이 단체 방문하는 것이 ASF 바이러스를 우리 땅에 들여놓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혹시 바이러스를 묻혀올까’ 우려스럽다”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축산박람회, 아사아양돈수의사학술대회 등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ASF 발생국 참여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불법축산물 반입 금지 등 ASF 유입 방지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전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을 정도”라며 이런 비상 방역시국에 스스로 솔선수범해야할 양돈농가들이 ASF 발생국을 단체 방문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ASF 발생국 방문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결코 ‘근본적인 ASF 방역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여행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농장방문 금지,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 소독 철저 등 철통방역이 더 ASF 발생을 차단할 핵심 방역이라는 주장이다.
해당업체는 “러시아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만 ASF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연수단 방문지는 ASF 발생지역과 지리적으로 한참 떨어져 있는 도심지다. 연수단은 양돈농장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구제역백신 연구소 등 방역기관이 주 목적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수 프로그램에는 방역교육이 다수 들어있다. 방역의식을 개선하고, 다같이 방역을 공부한다는 개념이 크다. 연수와 출입국 과정에서는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 소독 등 차단방역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러시아 구제역백신 연구소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해 방문을 허락해줬다. 연수 후 양돈농가들은 구제역백신 2회 접종을 적극 실천하는 등 이번 연수가 오히려 국내 방역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업체는 “미국 등 축산선진국에서도 축산농가의 ASF 발생국 방문을 막지 않고 있다. 다만 소독 등 철저한 차단방역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축산인들에게 ASF 발생국 방문 금지령을 내릴 수는 없다. ‘한 사람은 되고, 여러 사람은 안 된다’는 논리도 맞지 않다. 방역은 과학적 방법과 그 실천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길 kimy29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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