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새해에 하는 질문

2022.01.12 09:34:13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2022년 새 해가 밝았다. 새 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목표를 위해 ‘왜’ 그것을 해야 하는 지가 중요하므로 질문이 필수적이다. 도로시 리즈(Dorothy Leeds)는 ‘The 7 powers of questions(질문의 7가지 힘)’이라는 책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다음의 7가지로 구분하였다 -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질문을 하고 그것과 관련된 사회현상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나아갈 길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자 한다.


1. 우리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치’를 주고 있는가?

‘돈쭐’내러 가자. 선행을 행한 자영업자에게서 구매를 하여 그 선행을 보상해주는 행위이다. 치킨을 먹고 싶다고 조르는 동생에게 치킨을 사주고 싶지만 돈이 부족하여 치킨집에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학생을 불러 치킨을 주신 사장님, 등굣길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빵을 나눠주는 빵집 사장님, 실직한 한부모 아빠의 딸을 위해 피자를 선물한 피자집 사장님. 이러한 사연이 알려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그 사장님들을 ‘돈쭐’내었다. 이러한 소비는 자신의 만족 또는 가치관을 위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것 또는 의미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품이나 고급차 구입, 또는 자신의 취미를 위해 다른 소비를 줄이면서까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소비한다. 이러한 소비는 ‘휘소(揮少)가치’라는 신조어로 설명할 수 있다. 휘발(揮發). 액체가 기체로 바뀌어 날아가는 현상의 ‘휘(揮)’를 ‘희소(稀少)가치’의 ‘희(稀)’를 바꿔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치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휘발되는) 소비이지만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는 합리적 비용을 뜻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제품의 소비와 불매에 적용할 수 있다. 


2. 우리는 소비자가 가지고 싶어 하는 ‘브랜드’인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는 프랑스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제시한 개념으로 특정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나 위치에 속하게 되었다고 믿는 심리효과이다. 파노플리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집합(set)을 뜻한다. 따라서 파노플리 효과는 브랜드와도 연결되어 있다. 특정 브랜드는 그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특징(경제력, 생활방식, 사회적 지위 등)을 떠올리게 하므로, 그 집단에 속하지는 않지만 속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의 물품을 소비하고 그 집단에 속한 듯 생각한다. 브랜드는 유명인이 가지고 있는 명품일 수도, 이미지일 수도 있다. 


3. 우리는 음식 이외에 소비자가 원하는 어떤 ‘경험’을 주고 있는가?

우리는 ‘소유’하는 소비와 ‘경험’하는 소비를 한다. 이 두 종류의 소비 중에서 사람들은 ‘경험’을 위한 소비에서 훨씬 큰 행복감을 갖는다고 한다. 에이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5단계 욕구 단계론을 보면 인간은 1단계 ‘생존’, 2단계 ‘안전’, 3단계 ‘애정/소속’, 4단계 ‘존경’,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이중 1단계부터 3단계는 ‘결핍욕구(deficiency needs)’, 4단계와 5단계는 ‘성장욕구(growth needs)’라고 할 수 있다. 물자가 부족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소비자들은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결핍’을 해결하지 않는다. 물건을 빌려서 사용해보고(구독경제), 캠핑을 가서 음식을 하고(가족/친구들과의 시간), 여유 시간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자기계발) 등 ‘경험’함으로써 ‘성장’한다.


4. 우리는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소비자에게 서운해 하거나 소비자를 교육하려 하는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이 쓴 ‘거울나라의 엘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라는 소설의 주인공 중 붉은 여왕이 있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너가 달릴 수 있는 속도의 적어도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진화학자 밴 베일른(Leigh Van Valen)은 언제나 진화하는 다른 종들에 대응하는 동안, 생물 종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적응하고, 진화하고, 개체가 증가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종은 멸종한다는 것을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 hyperthesis)로 만들었다. 경영학자 윌리엄 바넷(William Barnett)은 경쟁에 노출된 조직은 실패 확률이 더 낮다는 결론을 내고 ‘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 How Competitiveness Evolves (조직에서의 붉은 여왕: 어떻게 경쟁력은 진화하는가)’라는 책을 2008년에 발간하였다.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이고 경쟁을 즐겨야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박규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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