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무원?…지자체 수의직은 퇴직 빈번 왜

2022.01.19 09:50:48

방역 강화·각종 지원사업 따른 업무 ‘수두룩’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고된 업무에 처우 열악…승진 기회도 제한적

방역 공백 우려…자긍심 이끌 청사진 제시돼야


4~5년 전부터 동물약품 업계를 떠나 지방자치단체 수의직 공무원(방역관 등)으로 이직하는 수의사들이 제법 많다. 

보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수의사들이 공무원 타이틀을 내려놓는 사례가 종종 들려온다.

남들이 선호하는 공무원을 수의사들은 왜 그만두는 것일까.

그 맨앞에는 기대와 다른 현실이 거론된다. 할 일이 많고 일은 고되지만, 처우는 좋지 않아서다.

경북 지역에 있는 한 시·군 방역관 예를 들면 매일같이 농장을 방문해 소독, 백신, 시설 등 가축질병 방역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방역이 강화되면서 재래시장, 철새도래지 등을 찾아 가축질병 발생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업무도 맡겨졌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각종 지원사업에 따른 수요조사, 집행실적 등 보고서 작성에 눈코 뜰 시간이 없다. 축산차량, 질병채혈 등 처리해야 할 서류도 한 무더기다. 대신 해줄 사람이 없으니 오직 내가 해야 한다.

이러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악성 가축질병이 터지기라도 하면 살처분 현장으로 달려간다. 트라우마는 물론, 보상 협의 등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사이 평소 업무는 계속 쌓여간다. 

특별방역기간에는 주말이 사라진다. 서울에 있는 가족을 보는 것은 한달 만이다.

시·도 가축위생시험소 수의직 공무원도 별반 차이 없다. 2년, 3년마다 바뀌는 근무지는 주거지를 늘 불안정하게 한다.

나이든 수의사 입장에서는 브루셀라, 결핵 등 채혈활동이 (스톨 등으로 묶어놓을 수 있으면 좀 덜 하지만) 힘에 버거울 뿐 아니라 위험천만하다. 

양성 판정날 경우 이동제한, 전수검사 등이 더해진다. 악성 가축질병이 발생할 때도 병변채취, 살처분 지원 등 번외 일이 생긴다.

보고서·공문 작성 등 사무실 업무도 많다. 주말에는 당직으로 발이 묶이기 일쑤다. 게다가 책임이라는 부담을 한 바구니 뒤집어 씌운다.

지자체 수의직 공무원들은 이렇게 이만저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수의사들은 “내가 여기 왜 왔나”를 넘어 “공무원이 불쌍하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처우는 한참 모자라다.

우선 승진 기회가 적다. 대다수는 7급으로 들어가 7급 또는 6급으로 마무리한다. 처음 입사 대접은 괜찮지만 오래 다니다보면 비전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

급여도 그리 후하지 않다. 일반 공무원 월급에, 수의사 수당 월 25만원(지자체에 따라 최대 50만원)이 전부다. 지방에 있는 만큼 교육, 문화 등 근무환경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

결국 야심차게 도전했던 공무원 생활을 1~2년만에 접게 된다.

이 현상을 이대로 놔둘 일이 아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축질병 방역을 손뗄 수 없는 것처럼, 지자체 수의직 공무원이 꼭 필요한 것은 두말할 것 없는 현실이다. 어떻게든 기존 수의사 발을 붙들어매야 하고, 신규 수의사 유입을 이끌어내야 한다. 

당장 대책은 처우개선일 수 밖에 없다.

수당 인상은 물론, 전문직위 지정과 그에 따른 관련수당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시·도와 시·군 수의직 사이 인사교류를 통해 승진, 근무환경 등을 개선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이 업무를 이미 경험한 젊은 공중방역수의사들이 지자체 수의직 공무원으로 남을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매달 뜨고 있는 지자체 수의직 공무원 구인란이 그리 반갑게 보이지 않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영길 kimy29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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