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격동의 글로벌 돈육산업과 구조조정

2022.01.25 09:26:59


정 영 철 대표(㈜정피엔씨연구소)


글로벌 돈육생산과 수출입 산업의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복합적으로 글로벌 돈육산업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왔던 중국은 ASF 발생을 계기로 4억5천만두에 달했던 돼지가 2년만에 3억2천만두로 줄어들면서 지난 2020년 부산물을 포함해 모두 528만톤에 달하는 돼지고기를 수입,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가로 부상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양돈 재건정책으로 2021년 9월 돼지두수가 4억3천여만두까지 회복되긴 했지만 갑자기 출하두수가 늘어난데다 토착화 된 ASF가 다발하면서 농가들의 조기출하 추세가 만연, 시중에 출하되는 돼지가 더 많아지면서 돼지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폭락했다. 

비육돈 kg당 생산비는 21위안(3천990원)인데 비해 판매가는 14위안(2천600원) 초반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육돈 두당 10만원이상 적자가 발생, 소규모를 중심으로 양돈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사육두수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USDA는 중국의 2021년 돼지고기 수입량이 440만톤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며 2022년에도 약 420만톤을 수입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중국의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입 국가’ 지위는 최소한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단일국가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돼지 사육두수와 돼지고기 생산량 및 수출실적을 기록해 왔던 독일이 2021년에는 그 지위를 스페인으로 넘겼다. 2020년 말 기준 독일의 돼지 사육두수는 2천600만두인데 비해 스페인은 3천100만두를 상회하고 있다. 2021년의 경우 1월부터 9월까지 스페인이 382만4천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했으나 독일은 373만톤에 그쳤다. 돼지고기 수출의 경우 이미 2020년에 스페인이 독일을 추월했다. 

독일은 2020년 9월 처음 ASF 감염 멧돼지가 발생 한 후 제3국으로의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된데다 대규모 도축 가공장 직원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도축중단과 비육돈 출하지연으로 사육규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도축 가공중심의 독일 양돈산업은 연간 약 1천만두 이상의 자돈과 비육돈을 덴마크, 네덜란드로부터 수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기에 최근의 독일 양돈산업 위축은 덴마크와  네덜란드에도 크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ASF의 돌풍은 새해에도 글로벌 돈육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금년 1월 둘째 주에 북부지역에서 ASF 감염 멧돼지 9두가 발생, 이탈리아 돈육 및 생햄 등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는 약 900만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간 91억달러에 이르는 생햄 등 고부가가치 돈육 제품을 수출해온 국가다. 하지만 이탈리아산 돈육수입 중단 선언을 하는 국가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 당국은 지난 1월11일 자국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11월 애완용 미니 돼지 3두가 ASF로 판정된 이후 지난 1년간 떠돌았던 태국의 ASF 발생을 현지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화 한 것이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많은 돼지가 폐사하면서 태국 양돈협회가 이전까지 1천900만두에 달했던 출하두수가 2022년에는 1천200~1천300만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태국의 올해 1월 비육돈가는 kg당 105바트(약 3천760원)로 전년 동기의 80바트보다 20%나 높았지만 태국 양돈 생산자의 95%가 소규모 농가인 만큼 사육기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돈육 수요는 중국의 감소 추세와 달리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지역에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대만은 1990년대까지 대량의 돼지고기를 수출했던 양돈강국이었지만 1997년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 사육두수가 40% 감소하는 등 양돈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6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구제역백신 비접종 청정국으로 인정받으며 다시 돼지고기 수출 강국으로 재도약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대만은 연간 84만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돼지고기 5천322톤을 수출했다. 한편 베트남 농업 농촌개발부(MARD)는 ASF 백신생산을 위해 자국내 Navetco사와 Dabaco사 등 2개사를 지정했다. 2021년 12월 두 회사는 연구의 마지막 단계를 완료했으며 현재 상업적 생산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양사 모두 미국 USDA로부터 ASF바이러스 균주 G-Data I 1177/Delta VLR을 양도 받아 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농업부장관 역시 ASF 백신 연구결과를 베트남에서 테스트,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하고 마지막 단계로 안정성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베트남 회사는 금년 상반기에 ASF 백신출시를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한 연구자는 사람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돼지에게 감염시킨 결과 인후기도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사멸해 돼지는 감염되지 않았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글로벌 돈육시장의 변화는 한국 양돈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능동적으로 대응키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영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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