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딛고 모처럼 ‘가뭄에 단비’

2022.06.08 08:33:05

[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해남 꿀벌 집단소실 피해 시작…전국 확산

기후여건 호조로 유밀량 증가…곳곳서 풍작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사양관리 만전을”


최근 우리나라 양봉 산업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도 문제지만, 고온다습한 이상 기온에 병해충 발생 빈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전남 해남지역부터 시작된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되는 현상이 발생해 모두를 경악케 했다. 이러한 현상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피해 규모는 차이를 보였지만, 결국 전국으로 점차 확산일로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사육 중인 월동벌 약 39만여 벌무리(봉군·78억 마리)가 실종되거나 폐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된 원인에는 기후변화에 의한 꿀벌응애 개체 수 증가, 과도한 살충제 사용, 말벌 피해, 꽃꿀 작황 부진에 따른 꿀벌 면역력 감소,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꿀벌 실종으로 한해 농사를 그르치게 된 양봉농가들은 원상회복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으나, 일부는 극복하고 또 다른 일부는 올해 농사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월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귀중한 산림자원을 훼손시켰다. 더군다나 이곳 피해지역은 아까시나무 군락지가 많은 탓에 지역 양봉농가의 꽃꿀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게 했다.

올해는 낮 기온이 평년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꽃 개화가 빨라지는 시기였다. 4월 중 높은 기온이 유지되나 싶더니,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아침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온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이때는 아까시나무 꽃대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 양봉농가는 마음 졸이며, 매일 날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이윽고 지난 4월 26일 남녘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다. 이른 아까시나무꽃 개화 소식에 이동양봉 농가들의 손길도 그만큼 빨라졌다. 벌통에 남아있는 식량을 정리채밀하고, 채밀주력군과 희생군을 따로 편성하여, 한 달여 간의 고단하고 힘겨운 이동양봉 1차지 경남으로 집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1차지 유밀 상황에 양봉업계의 눈과 귀가 쏠렸다.

특히 저온현상이 아까시나무꽃 개화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꽃 개화 일수가 평년보다 늘어남에 따라 아까시꽃꿀 유밀량도 그만큼 늘어났다. 여기에 봄 가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남부권은 지역적인 편차가 두드러졌다.

동해 쪽은 강한 바람에 의해 유밀량이 적었지만, 내륙은 기상 상황이 좋아 평년을 약간 웃도는 생산량을 보였다. 또한 꽃꿀에 포함된 수분함량도 적어 벌꿀 품질도 최상급에 달했다.

이 여세는 중부권과 북부권에도 이어졌다. 지난해는 유밀기간 동안 비가 내리는 날이 절반에 가까웠으나, 올해는 강우량도 적을뿐더러, 밤사이에 비가 내려 꿀벌 활동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기후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자 여러 곳에서 뜻밖의 ‘풍밀’ 소식도 전해져오면서 올해는 모처럼 생동감 넘치는 양봉농가의 환한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월동벌 실종 사태를 겪은 양봉농가는 예년보다 꿀벌 세력이 약해, 피해를 보지 않은 농가와의 꽃꿀 채밀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조를 이뤘다.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편 양봉업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아까시벌꿀을 비롯해 잡화꿀, 밤꿀 등 벌꿀 전체생산량은 2019년 대풍작보다 다소 낮은 풍년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통업계도 지난 2년여간 흉작으로 인해 바닥난 물량과 재고량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벌꿀 흉작과 올해 초 월동벌 실종 사태로 많은 양봉농가가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어 온 만큼, 올해 아까시꽃꿀 풍년작 소식이 이들에게 많은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며“기후변화에 따른 양봉 생태계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어, 이에 걸맞은 사양관리 기술 습득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전우중 jwjung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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