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언행불일치

2022.08.24 10:11:47

[축산신문 기자]


박규현 강원대 교수


사람들이 도덕적이라고 하는 행동 규준은 그 규준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수에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로랑 베그(Laurent Begue)가 쓴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부키)에서는 같은 시대의 사람들 중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된다고 하였다. 저자는 토론토대학 범죄학자 토머스 가버(Thomas Gabor)가 밝힌 ‘남들도 다 그러잖아’라고 생각하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향을 그 예로 들었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쓰레기를 쉽게 버리는 우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유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중앙일보, 2019.11.05., 있으면 “없애달라” 없으면 “늘려달라” 거리 쓰레기통 골머리).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브라운(Browne) 등이 2007년에 Global Bioethics에 발표한 ‘어떤 사람들이 자신을 환경론자라고 부르는가? (What kind of people call themselves environmentalists?)’ 논문이다. 도발적인 제목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당위성을 기본으로 하여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덕적인 것이 옳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분법적 방법으로 나눌 수 없는 일들은 현실 세계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사람들은 ‘좋은’ 환경을 달성해야 하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어떤’ 환경이 ‘좋은’ 환경인지, ‘어떻게’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한 차이는 개인, 단체별로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들은 이런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면서도 ‘좋은’ 환경 자체에 대해 이견을 내기 어렵다. 위 논문의 저자들은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점점 더 소비적인 생활을 (그래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생활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다음은 그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위 저자들은 1천47명과의 설문 결과를 분석하였다. 안전 문제, 경제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한 태도를 분석하였을 때, 생태계의 환경 문제에 대한 태도는 개인적 복지, 가족, 사회에 대한 안전 문제와 경제 문제보다 약간 낮게 평가되었지만 그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설문자들은 인간의 활동이 환경 문제의 원인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지(recognition)’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인지가 환경적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개인적 책임을 기꺼이 가져가는 것에 대한 ‘동의(acceptance)’와 같다는 것에 대한 데이터는 찾을 수 없었다. 사실상 물, 전기, 교통, 건설, 전자기기, 음식 등 모든 경제적 분야에서 소비 경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생태계에 대해 심층적 이해보다는 표층적/피상적 이해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표층적/피상적 환경론자들은 공기오염, 오존고갈, 참치잡이, 벌목 등 협소한 특정 이슈들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보다 깊은 곳에 있는 그 원인들에 대한 인간의 동기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즉, 활동가들은 하나의 원인에서 다른 하나의 원인으로 건너갈 뿐이다. 일례로 분리수거에는 협조하지만 분리수거가 발생하는 생활에 대한 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표층적/피상적 생태학은 개인의 가치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을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문화적으로 인정된 형태의 논평이나 용어 그리고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그 문제에 대해 사용자의 심층적 이해를 반영한다기 보다는 표층적/피상적 태도를 반영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문화적 인정과 연관되어 있지만, 그 사용자가 실제적으로 그러한 태도, 의견,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소비적 행동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람들의 인지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와 개발 활동에서 멀어지고 있는 일반적인 경향은 환경에 대해 진실되지 않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위 내용에서 보듯, 환경운동은 대중에게 파괴적인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을 찾지만 그 결과로 교육이 목적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두고 있는 가치와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가치에 차이가 발생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 앞에서는 사회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뒤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따질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이타성(利他性)에 의지할 것이 아니다. 환경적으로 옳고 그름을 논할 때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니라, 여러 가치에 따른 구분을 하고 그것에 대해 서로 논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적 문제들로 공격받는 우리 축산은 환경문제를 완화하는 노력과 함께 우리의 산업 및 영양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많이 만들고 알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민들이 축산물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축산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언행불일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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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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