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사례-동물약품 분야> 현장과 동떨어진 법 '관라지 자격 약사 제한'

2022.09.28 08:53:47

불법 면허대여 횡행...'약사 밥그릇 챙기기'에 연간 수천만원 낭비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동약업계, 수의사도 관리 가능케 자격확대 요구...별도 '동물약품법' 제정도


동물약품 제조(수입)사 안에 들어서면 약사면허증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약사를 찾을 수 없다. 처음부터 약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면허증만 빌려쓰는 이른바 ‘면허대여’다.

물론, 약사를 진짜 고용한 업체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형식적이다.

약사는 보통 한달에 한두번, 많으면 일주일에 한번 회사를 들리는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대다수는 은퇴한 약사들이고, 심지어 90대 고령도 있다.

모두 불법이다. 무엇이 동물약품 제조(수입)사를 불법으로 내몰았을까. 

동물약품은 인체약품과 같이 약사법을 모법으로 한다. 동물약품을 다루는 별도 법은 없다. 그 때문에 동물약품은 약사법을 따른다. 

약사법은 인체약품 중심으로 짜여있다. 동물약품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을 때가 많다.

그중 하나가 관리자 자격이다. 약사법에서는 관리자 자격을 약사(한약사)로 제한하고 있다. 인체약품에는 마땅할 수 있겠지만, 동물약품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약사 업무도 그리 특별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약사들은 동물약품 분야에 잘 진출하지 않는다. 약사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 게다가 영세한 동물약품 업체로서는 월급을 많이 줄 여력이 없다. 

비단 동물약품 제조(수입)사 뿐 아니다. 도매상 등 동물약품 유통현장에서도 불법 약사 면허대여가 횡행한다.

동물약품은 인체약품과 달리 조제가 필요없는 완제품 형태를 띤다. 굳이 약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다.

이 면허대여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 

업체들에 따르면 보통 월 100만원 가량이 약사들에게 지불된다. 가끔 출근하는 약사라면 20만~30만원 더 준다. 한달에 서너번 얼굴 보여주고 연봉 3천만원을 받아가는 약사도 있다.

이 비용이면 직원을 한명 더 충원할 수 있다.

동물약품 업계 입장에서 관리자 자격 제한은 아무 쓸 데 없는 규제다. 약사에게 주는 ‘은퇴 후 연금’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제 ‘손톱 밑 가시’를 과감히 뽑아내야 한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관리자 자격범위를 수의학, 화학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자로 확대해 달라고 줄곧 요구해 왔다.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특히 수의사의 경우 이미 동물약품 산업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신규고용한다고 해도 개발, 품질관리, 마케팅, 판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결코 낭비라고 볼 수 없다.

동물약품 업계는 이를 통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범법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오남용을 방지해 국민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관라지 자격 확대는 약사 반발에 막혀 번번히 고배다. 10년 이상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관계부처, 국회 등이 힘을 모아 풀어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약사 밥그릇 챙기기’에 업체들은 계속 멍들어가고 있다. 경쟁력을 잃고 있다.

동물약품은 가축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사람을 다루는 인체약품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제조, 유통 등에서 겹치는 업체가 없는 것만 봐도, 그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약사법 테두리에 묶여있다보니,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들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동물약품 업계는 동물약품을 약사법에서 떼어내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동물약품관리법 제정론’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영길 kimy29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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