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以貌取人 : 자질과 성품은 고려하지 않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함

2022.11.09 15:07:53

동물복지 오디세이 <13>

[축산신문]

전 중 환 농업연구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1. 프롤로그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취소되거나 미뤄졌던 국제학술대회들이 엔데믹(endemic) 분위기를 타고 하나둘씩 개최되고 있다. 동물행동학회도 개최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부리나케 참가 신청을 마쳤다. 손꼽아 기다리던 출국 당일, 인천공항을 향하면서 마치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설레었다. 아직은 많지 않은 공항 이용객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의 위엄(?)을 느끼게 했으나 몇 년 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은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약 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다음 비행기로 환승하기 위해 들른 곳은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공항이었다. 다음 비행기 탑승을 위해 대기하던 중 반려견을 데리고 공항 내부를 활보(闊步)하는 이용객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한동안 어리둥절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나 이스탄불 공항에 반려동물을 위한 화장실 겸 놀이터가 있어 환승하는 동안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출발하여 약 2시간 후 북마케도니아의 스코페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스코페 공항은 우리나라 제주국제공항 정도의 크지 않은 공항이었는데 출입국 심사절차가 너무 간단하였다. 출입국 심사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방문목적이나 방문기간에 대한 질문하는 직원의 모습을 예상했던 나로서는 오히려 아쉽기까지 하였다. 출입국 심사장의 직원은 우리나라 전자여권이 신기한 듯 옆자리의 직원과 한 장 한 장 넘기며 여권에 옅게 새겨진 그림들을 찬찬히 감상한 후 무심하게 도장을 찍어 주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심심할 정도로 끝나버린 출입국 심사와는 달리 공항에서부터 버스로 장장 4시간을 힘겹게 이동하여서야 학회가 개최되는 오흐리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2. 지레짐작이 부른 기우(杞憂)

이번 동물행동학회는 북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에서 개최되었는데 북마케도니아는 발칸반도 중부에 위치하며 그리스, 불가리아, 세르비아 등과 인접하고 있다. 국토의 80% 정도가 해양기후를 나타내며 언어는 마케도니아어와 알바니아어를 사용한다. 국토면적은 약 2만 6천㎢로 한반도의 1/8 정도에 불과하며 2021년 기준으로 1인당 GDP는 약 6천700달러로 세계 125위의 경제 규모로 보고되고 있다.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후 그리스와 국호 분쟁으로 ‘마케도니아’에서 현재의 ‘북마케도니아’로 국호를 변경하였다. 우리나라와는 국호 분쟁이 끝난 후 2019년에 수교를 맺었으며 현재 불가리아 주재 대사관에서 북마케도니아 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수도 스코페(Skopje)에서 4시간의 버스 이동 후 도착한 오흐리드는 호수를 품고 있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서 높은 물가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했다. 북마케도니아의 높은 실직률과 월 평균 30만원 정도의 임금을 감안할 때 여기 커피 한 잔이 약 4천원 정도였으니 현지의 높은 물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이곳의 서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관광지를 조금 벗어나 현지인들이 찾는 음식점을 찾아가기도 하고 호숫가를 걸으면서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고자 하였다. 내가 찾은 현지 음식점에는 소소한 음식을 나누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들이 있었고 해질녘 호숫가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물행동학회는 개최지의 특성이나 주최 측의 요구 등을 고려하여 농장동물 외의 다른 주제들을 함께 다루곤 하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교감’이 선정되었다. 사실 북마케도니아라는 곳에서 반려동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떤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참석한 학회였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학회 첫날부터 기대로 바뀌었다. 코로나-19의 상황을 연결 지어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반려견의 반응’, ‘코로나-19의 장기화가 반려용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 등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이외에도 심리학적 관점에서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사이코패스의 성향에 미치는 영향, 행동반응의 특성을 통한 늑대와 개의 차이점 구명 등 정말 다양한 시도들이 소개되었다. 또한 주최 측의 학회 운영도 매끄럽게 진행되었는데 코로나-19로 참석이 어려운 연구자들을 위해 영상발표 세션을 따로 마련해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학회에 참석한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북마케도니아에서 수행되는 농장동물의 복지, 반려동물과의 교감에 관한 연구들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그들이 동물복지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3. 에필로그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북마케도니아의 경제 상황, 사회 인프라 등에 대한 정보들은 나에게 우려와 걱정이 앞서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도착 첫날 오흐리드 호숫가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동물복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던 연구자들의 모습에서 나의 걱정은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단순 경제적 지표들만으로 한 나라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순위가 그 나라의 수준을 대변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우리가 사람이나 사물을 평가할 때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그럴 줄 알았어’라고 본인의 안목에 흐뭇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짜?’ 혹은 ‘의외인데’라며 당혹스러울 때도 있는데 이처럼 섣부른 판단으로 낭패를 보는 이모취인(以貌取人)의 실수는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모취인(以貌取人)은 ‘내면의 자질과 성품은 고려하지 않고 생김새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라는 뜻이다. 공자(孔子)의 제자 중에서 얼굴이 아주 못생긴 자우(子羽)라는 자가 있었는데 아무도 그의 재능이 뛰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늘 묵묵히 수양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이후에 학식과 언행이 매우 훌륭한 학자가 되었으며 공자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반성했다는 내용이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성인(聖人)인 공자도 제자 자우의 외모를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할 정도이니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지 않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堅持)한다면 많은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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