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기(肉)’보다 ‘대체(代替)’가 문제

2023.02.01 10:31:23

[축산신문]


최윤재 서울대 명예교수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2022년 12월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대체식품’을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성 원료, 미생물, 식용곤충, 세포배양물 등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식용유지류, 식육가공품 및 포장육, 알가공품류, 유가공품류, 수산가공식품류, 기타식육 또는 기타 알제품 등과 유사한 형태, 맛, 조직감 등을 가지도록 제조하였다는 것을 표시하여 판매하는 식품”으로 정하여 대체식품의 정의와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하여 행정 예고를 했다.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향후 관련 내용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축산인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는 배양육(또는 세포배양인조고기), 식물성인조고기 등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이나 안전 기준 등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식약처는 다양한 대체식품이 개발·생산되는 추세가 확산되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가능한 빨리 그 ‘정의와 기준·규격’을 신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해당 내용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축산분야는 이에 대하여 고기라는 단어만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였다. 


고기를 대체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대체식품’

문제는 ‘대체(代替)’라는 용어이다. ‘대체’식품이라는 용어는 그저 비슷하고 그럴듯하게 따라 만든 식품이 마치 기존 축산식품의 효능을 그대로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고기’라는 용어는 ‘식물성인조고기’, ‘세포배양인조고기’ 등과 같이 만드는 과정을 반영하여 수식어를 적절하게 붙임으로써 혼동을 줄일수 있지만, ‘대체’라는 단어는 구체적으로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채 소비자만 현혹시킬 뿐이다. 

미국에서도 2022년 11월 식품의약국(FDA)이 배양 닭고기를 승인했는데 관련 용어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일단 FDA가 승인한 닭고기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닭고기(lab-grown cultivated chicken)’라는 용어로 발표됐다. 이 용어는 읽는 사람에게 닭고기이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조고기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을 유의하였으면 한다. 


인조육 vs 가짜육 vs 배양육 vs 대체육?

용어는 소비자들이 해당 식품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습득하는 통로라는 점에서 명명에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가령 국내에서 배양육을 지칭하는 용어에는 인조육, 가짜육, 배양육, 대체육 등 다양한데 모두 같은 대상을 지칭하지만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갖게 되는 정보가 다르고,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인식에 차이도 있다. 

외국에서 ‘배양 또는 재배’라는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의미의 단어인 Cultivated, Cultured 중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을지 이해관계자들 간의 논란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외에도 해당 식품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인공육(Artificial meat), 가짜고기(Fake meat), 세포육(Cellular meat), 생체 외 고기(In-vitro meat) 등 다양한 용어들이 분분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체육’이라는 단어에서 중요한 것은 ‘대체’이다. ‘고기’가 빠졌다고 낙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축산인들은 중지를 빨리 모아 ‘대체’라는 용어가 함유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식물성 인조고기’·‘세포배양 인조고기’와 같이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정보를 인지할 수 있는 명명법을 주장해야 한다. 식약처에서 ‘대체식품의 정의·기준 신설’ 관련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2023년 2월 20일까지 수렴한다고 하니 하루빨리 축산업계 내부에서 여러 용어들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 가장 적합한 용어를 만들어서 기한 전에 식약처에 제안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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