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 경 우 교수(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2020년 초에 미국 메릴랜드 지역의 농업연구소 방문 시기, 연구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보통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공개발표를 진행하는데, 이 공개발표장에서는 지원자의 연구경력과 계획 등 발표시간을 갖는다. 여기에는 채용을 진행하는 연구소 직원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모든 연구자는 참여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공개발표 후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도 있으며 또한 서면으로도 본인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좋게는 지원자의 장점을, 심하게는 부정적인 의견도 낼 수 있으며, 이러한 의견들을 인사위원회에서 일정 부분 검토를 통해 최종 적합자를 선발하는 과정의 일부 였다. 특이한 점은, 연구자라면 당연하겠지만 연구직의 지원자격은 연구경력과 연구논문 등도 있겠으나 가장 먼저 충족할 것이 바로 ‘박사학위자’라는 것이다.
박사학위가 없다면 지원자격도 없기에, 연구직에 관심이 있다면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념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동일하다.
국내의 경우 농축산 전공 분야에서 연구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만20세 이상이면 학력·경력에 상관없이 필기시험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개채용과 석사학위 이상을 대상자로 진행하는 경력 채용이 있다.
대학교 현업에서 갓 입학한 신입생 또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과 취업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데, 많은 학생이 공무원 연구직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졸업 전부터 공채를 준비하는 학생도 많다. 실제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농업연구사의 공개채용은 경쟁률이 엄청난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농촌진흥청에서 시행한 농업연구사 35명 모집에 1천56명 접수, 경쟁률이 무려 30.2:1이었다. 이러한 높은 경쟁률은 2021년에도 이어졌는데, 총 24명 모집에 912명이 접수, 경쟁률은 38:1이었다. 특히, 축산분야는 2명 모집에 169명이 접수해 가장 높은 84.5: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학생들이 졸업 이전부터 연구직 공개채용에 필요한 교과목을 공부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농촌진흥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025년부터 ‘농업연구직을 경력 경쟁 채용으로 전면 전환’하는 등 국가 농업연구개발 추진체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연구직 채용방식을 공채에서 경채 방식으로 전환은 연구경쟁력을 높이고 연구 본연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연구를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공개채용의 필기시험을 준비보다는 이제는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측면에서 좋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연구직 채용절차에서 기존 공채를 없애고 경력 채용으로 부드럽게 이행되는 데 있어 기존의 지원자격을 수정할 수 있다면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력 채용은 기본적으로 박사학위자 이상으로 지원자격을 명시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석사 이상으로 제한을 명시 하더라도 대부분 박사학위자가 지원하고 채용될 것이다. 하지만, 국공립 및 사립연구소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처음부터 박사 과정을 염두에 두고 이 기간에 본인의 연구역량을 높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에 더해 국가연구소에서도 박사 과정을 운영을 통해 박사급 전문인력을 육성이 필요하다. 즉, 대학과 연구소 간 학연과정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연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본인이 어떤 분야의 연구를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이러한 학생의 학문적 호기심을 대학 교과과정에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연구소와의 학연과정을 통해 최고의 연구 인력과 시설 기반을 갖춘 연구소에서 축산 전문인력을 지도·양성할 수 있다면 미래의 젊은 과학자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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