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녹색식량 시스템 전략’을 중심으로
법으로 명시하고, 성과는 공개하고
2020년 일본 농수산성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녹색식량 시스템 전략’을 발표했다. 녹색식량 시스템 전략에서는 농림수산업에 대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화학농약 사용을 50% 저감, 화학비료 사용을 30% 저감, 경지면적에서는 유기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25%까지 확대하고, 수산업 양식에서는 인공종묘 비율을 100% 실현, 임업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묘목을 90% 이상 도입하겠다는 계획들이다. 이외에도 식품손실을 절반으로 줄이고, 장기 보존과 장기 수송에 적합한 포장 자재들을 개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식품의 유통·가공업까지 포괄하고 있다.
탄소중립·친환경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들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세웠다.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마다 2050년을 목표 지점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 로드맵을 발표해 왔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저탄소 농업구조로 전환하려는 계획과 경종, 축산, 유통, 소비 각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방안들과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이런 계획들을 법제화 시켰다는 점이다. ‘녹색식량 시스템 전략’은 이듬해 ‘환경과 조화를 이룬 식량 시스템의 확립을 위한 환경부하 저감 사업 활동의 촉진 등에 관한 법률’로 제정되어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법제화를 통해 각 목표별로 구체적인 실천 내용들이 명문화되고, 관련 홍보활동이 개진되었으며, 정책 수행에 필요한 각종 예산안이 수립되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각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과 성과를 차곡차곡 정리해서 공개하고 있다. ‘녹색식량 시스템 전략’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산안, 실적보고, 홍보 팜플렛, 기술 설명서 등도 자세히 공개되고 있다. 관심있는 대중들은 물론 현장에서 작업하는 담당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가능한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해 둔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추진하여 실행하는 작업이다.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야 한다. 또한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수 있도록 지난해 목표가 어떤 결과를 냈었는지도 공개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계획은 충분히 세워져 있다고 본다.
일본 축산 분야의 탄소중립 프로젝트
축산업 분야에 한정하여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소의 사육 방식에 적용한 여러 시도들을 볼 수 있었다. 축산업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무엇보다 소 사육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축산업은 소의 메탄 발생량이 많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오기도 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대외적으로도 축산업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를 지금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사육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본도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시키시마 농장의 ‘제로 카본 비프(Zero Carbon Beef)’ 사례는 소 사육에서 활용한 다양한 탄소중립 노력들을 보여준다. 단기적 성과로는 소화흡수성이 높은 사료를 급여하여 메탄 발생량을 줄인다든가, 목장 간 장거리 수송을 줄여서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는 방안들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태어난 곳에서 출하할 때까지 키우는’ 사육 방식은 기존에 목초가 풍부하고 방목이 용이한 홋카이도에서 낳은 송아지를 유통 중심지인 수도권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송아지가 힘들어하고 장거리 운송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한편 장기적 측면에서는 소 종축 개량 연구를 통해 비육 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축산업에서 소들은 등급을 높이는데 필요한 지방 생성을 위해 옥수수 같은 농후 사료를 많이 섭취하며 키워지고 있는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메탄가스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등급 제도는 바꾸지 않으면서 사육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품종으로 개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시키시마 농장의 경우 과거 30개월에 출하하던 소를 2023년 4월 기준 26.8개월까지 단축했다고 발표했다.
해외 사례의 장점 흡수하기
일본은 우리와 기후환경 조건이 비슷하고 작은 면적에 밀집 사육하는 방식이 국내 축산업과 유사하다. 일본의 모든 사례를 다 우리가 적용할 필요는 없고 우리와 유사한 여러 조건들이 있으니 그들이 오랜 기간 시도한 노력들을 우리가 탄소중립을 고민할 때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일본에서 그들의 토종 품종인 흑모와규를 중심으로 비육 기간 단축을 위해 육종, 번식, 사양 관리가 종합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을 우리도 참고하게 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료를 수입에 많이 의존하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산화로 진행 중인 연구도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니만큼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본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반면교사로 삼아 조심하고, 반대로 좋은 사례는 우리가 참고하여 시행착오로 생기는 손실을 줄이게 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 ‘녹색식량 시스템 전략(일본어)’ 홈페이지
• 강영기(2023), “일본 녹색식량시스템법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최신외국법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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