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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규모화 프레임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 등록 2016.06.08 10:53:53

 

왕 영 일 대표(금가돈)

 

필자가 처음 양돈업에 뛰어들었던 1988년은 소규모, 영세농가들이 전업규모로 전환하는 바람이 한창 불던 시기였다. 많은 농장들이 전업화 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종돈개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관사육 농장의 경우 500두면 된다’, ‘1천두는 돼야 한다’ 는 등 전업규모 기준을 비롯한 소소한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수입개방 시대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믿음속에 농장들 나름대로 규모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UR(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경쟁력제고사업은 이러한 규모화 추세를 뒷받침하며 1만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도 속속 등장하기에 이른다.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의 파이프스톤 사업과 유사한 협업단지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1만두 전후 규모의 농가는 대부분 파산, 농장 주인이 바뀌고 협업단지도 개인소유화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 지금은 적정 전업규모가 3,000두 수준까지 확대됐다.
정부에선 FTA에 따른 보상으로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경쟁력제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축산업계에서 지금까지 너무나도 당연시 돼온 경쟁력제고 방안의 하나가 바로 규모화다. 수입축산물 뿐 만 아니라 농장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규모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지면서 대부분 농장들이 평생 숙제라 생각하고 항상 고민중이다.
물론 단순히 자본주의 시장하에 기업의 기준에서 보면 적정 규모화가 이뤄지고,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면 효율적인 노동집약과 안배, 그리고 원가절감으로 수익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사적 측면에서 사회주의로의 변혁이 실패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한가지가 산업규모와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점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한돈산업 전체로 볼 때 일정한 규모이상의 농장만을 지양하면서 농가수가 줄어드는 것보다는 적은 사육규모 라도 ‘소농’에 대한 존재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돌아볼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다양성의 유지는 의외로 한 산업의 기반조성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반면 단순한 규모화는 개인의 지속 가능성은 유지시키더라도 산업 전체의 지속성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논리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한돈산업은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과연 규모를 늘리는 만큼 수익도 확대될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20여년간 그 결과를 지켜봐왔다.
국내 돼지사육두수와 규모화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수많은 소농의 존재가 의외로 한돈산업이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버팀목’ 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화의 프레임에 대한 사고를 전환, 아름답고 강한 소농이 되고자 하는 마음, 육성코자하는 정책이 과연 불필요한 논리는 아닐 것이다.
다양한 규모의 농장들이 상재하면 자금 지원, 방역, 유통 등 한돈 관련 모든 정책들을 시행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동반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 전체적 시각에서 접근해 본다면 한돈 참여 인구감소를 유발시키지 않고, 국가 식량산업의 무너지지 않는 근간으로 강소농의 존재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농가들은 기업의 한돈생산 참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고 농가수가 줄어들 경우 안정된 자급률 유지에 부정적 리스크로 작용할수 있음을 이미 타 축종의 사례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적인 사육두수에는 큰 변화가 없는 만큼 한돈농가수가 계속 줄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응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한돈업계의 대외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농을 유지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고 지금 당장은 딱히 좋은 대안도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지만 한돈업계와 정부와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10여년전 필자가 대한한돈협회 포천지부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시절 한돈산업 관련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규모화만이 살길임을 주장할 때 적잖은 소농들로 부터 “우리는 죽으라는 얘기네”라는 자조섞인 말을 접할수 있었다.
사실 한돈협회는 이런 소농들이 다수 모여서 이뤄지고,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이어져 왔지만 지금은 뭔가 전, 후가 바뀌었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소농들이 “우리도 열심히 하면 적은 규모로도 잘 살 수 있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단체, 산업계 모두가 노력해 볼 것을 제안한다.
대형화되고 전업화된 농장, 그리고 아름다운 강소농 모두가 공존할 때 어떠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돈산업이 실현되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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