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체가 우유 값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내리자니 생색이 안 나고, 안 내리자니 소비자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유업체의 고민은 숫자에서 나온다.
‘우유 매출 이익 마이너스’, ‘200㎖ 한 팩에 3원 인하’ 같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유업체가 숫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당연히 숫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유 값을 내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고민은 유업체의 몫이 아니다.
원유가격 인하를 결정한 배경에는 농가의 노력으로 생산비가 인하한 만큼 소비자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드리겠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때문에 유업체의 고민은 ‘우유가격을 내릴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릴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원유가격 인하의 최종 수혜자는 마땅히 소비자가 되어야 하며,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건 그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
가격 인하가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우리 낙농산업과 우리 유업계의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켜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기업의 이미지가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수차례 뼈아픈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 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절대로 소비자를 등지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