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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안전한 축산물, 항생제 사용 기준 보편성 요구

  • 등록 2016.09.19 11:51:08

 

손 영 호 소장(석가금진료연구소)

 

나는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축산환경은 정말 열악하다. 사계절이 뚜렷하여 좋을 것 같지만 여름에는 더워서 힘들고, 겨울은 춥고 건조해서 힘들며, 봄과 가을엔 일교차가 너무 커서 가축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축산농가들은 이러한 열악한 기후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축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지만, 정작 농가들은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화된 각종 조례들로 인하여 축산업에 신규로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 진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며, 같은 농사일을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일반농업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축산을 하는 사람들은 지역에서 몇 십 년 동안 축산업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홀대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따라서 그토록 어려운 국내 축산환경 속에서도 축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축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항생제’, ‘슈퍼박테리아’, ‘유해물질 잔류’ 등 축산물과 연관된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축산업자가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식품을 생산하는 사람들로 자칫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어려운 축산환경을 극복하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축산업자들에게 ‘안전한 축산물 생산’은 또 하나의 무거운 의무가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고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앞으로는 항생제를 포함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로 유통할 수 없게 된다.(분만이나 거세, 포유기간, 부화 직후의 어린 가축 등 특정 시기의 질병치료에는 휴약기간 2배를 전제로 예외적 사용을 허용)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장주(혹은 종사자), 수의사 및 정부 등 관계자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농장주(종사자)들은 ‘항생제 없이는 가축을 사육하기가 어렵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항생제가 투입되지 않으면 사육에 실패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지, 사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사육이 가능하다.
수의사들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무분별한 생각도 변해야 한다. 병아리가 입추되거나 가축이 이동하면 당연히 항생제가 투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의사들이 너무 많다. 또한 많은 수의사들이 바이러스성 질병이 생기면 2차 감염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항생제를 부담 없이 사용한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사육을 성공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항생제가 아니어도 이동스트레스를 해결하고, 2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또, 질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소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증의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반드시 항생제가 사용되어야 하는 경우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감염증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구분하여 진료하고 처방하고자 하는 연구와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일부 세균성 질병이 마치 사료에 항생제 첨가를 금지한 것이 원인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항생제 외에도 질병의 발생과 소멸 등에 관여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부도 항생제 사용금지에 대하여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항생제가 다 위험하니까 사용하면 안 된다” 라고 하기 보다는 사료에 첨가해도 식육 또는 계란 등 축산식품에 잔류되지 않거나 잔류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항생제들에 대해서는 사용기준을 만들어 적용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 늦지 않는 지금이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에 대하여 재고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농장 가검물에서 분리한 세균들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검사 결과에 깜짝 놀라곤 한다. 단 하나의 항생제에도 효과가 없는 소위 ‘슈퍼박테리아’로 보이는 세균들이 너무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무분별하게 혹은 맹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해 온 결과일 수도 있다.
항생제를 무조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항생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보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다시 말하면 누가 봐도 같은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용기준의 보편성이 요구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장주(관리자)와 수의사, 그리고 정부의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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