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구간별 적정 사료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있는 양돈현장의 고질병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당초 농가 의도와는 달리 생산비 상승과 돼지고기 품질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육돈 사육시 성장곡선에 따른 적정 급여프로그램에서는 50kg 이상 체중, 즉 육성돈후기 구간 이후의 사료급여 비중이 전체 급여량의 70%를 상회하는 게 일반화 돼 있다.
하지만 국내 양돈현장에서는 이 구간사료의 실제 급여량이 전체의 20%대에 머물러 온 게 현실이다.
특히 자돈에서 육성기로 전환되는 시기인 ‘육성돈전기’ 구간사료 급여량의 경우 권장 프로그램대로 라면 비육돈 구간사료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 급여돼야 하지만 실제 국내 양돈현장의 급여량은 5배를 넘기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문제는 고돈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양돈사료 생산량은 전년보다 2.7%가 늘어난 625만6천833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육성돈후기는 69만6천146톤으로 3.6%, 비육돈 10만3천205톤으로 10.4%, 비육돈출하32만8천765톤으로 4.6%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식구간(번식용 암수, 임신, 포유돼지사료)을 제외할 경우 육성돈후기 이후 구간의 사료생산량의 비중도 전체의 21.7%에 그치며 전년보다 1.7%p 더 하락하게 됐다.
이같은 추세는 고돈가 추세 속에서 고영양사료 급여를 통해 돼지출하시기를 앞당기려는 양돈농가들의 심리가 더 강해진 영향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가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생산비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유용 교수는 “성장단계별로 필요로 하는 영양소와 함량이 다르다. 그런데 고영양 사료를 비육후기까지 고집할 경우 성장 지연 뿐 만 아니라 등지방 증가로 인해 품질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고영양 사료의 단가도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생산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열악한 사육환경과 낮은 생산성을 사료로만 극복하려는 추세가 확산된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사료전문가는 “일단 돼지상태가 까칠해 만 보여도 사료구간 변경을 미루는 게 일반화 돼 있다”며 “높은 돈가를 겨냥해 사육두수 늘리다 보니 밀사도 다시 성행, 사육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사료로 해결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관세제로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한푼의 생산비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한 만큼 막연히 사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농장 경영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