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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기자수첩> ‘0.67원’에 투영된 애처로운 현실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지난 9일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낙농가들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낙농진흥회를 찾았다.
이사회에서 원유가격 연동제의 변경을 농가의 합의 없이 강행 표결 처리한 것에 대한 항의 방문이었다. 이창범 낙농진흥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일부 과격한 표현도 있었지만 자리에 앉은 농가들과 낙농진흥회 임직원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농가들은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농가와 진흥회가 불미스러운 일로 마주앉아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면서 물가상승률 항목이 제거되며 변경된 원유가격 0.67원보다 신뢰가 무너져버린 낙농진흥회를 규탄했다.
특히 점점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던 정부와 낙농진흥회에 서운한 점도 표출했으며, 감축 일변도의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현실에 참담한 표정이었다.
답답하기는 낙농진흥회도 마찬가지였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원유가 남아 재고에 대한 부담으로 구입을 꺼려하는 유업체들도 낙농진흥회에 하소연을 늘어놓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물가상승률 이중적용 문제는 소위원회에서 8차례에 걸쳐 논의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낙농진흥회는 “논의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칫 합의의 산물인 원유가격 연동제 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득이하게 표결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며 “도저히 합의가 힘든 상황에서 논란을 잠재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농가들의 항의 방문은 이창범 회장이 “앞으로 이와 같은 표결 사태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농가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농가들도 제도개선은 예민한 문제인 만큼 농가 정서를 생각해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항의방문은 0.67원이 빌미가 되어 이뤄졌다.
하지만 낙농업계가 처한 현실은 0.67원의 가치보다 훨씬 컸다. 농가들은 소비 감소로 인한 지속적인 감산, 수입유제품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후계 낙농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낙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고 싶었고, 낙농진흥회 역시 제도 개선을 위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입장에서 생산자의 고충, 수요자의 고충을 듣다보니 기준을 잡기 어려웠던 현실을 설명했다.
비록 작은 금액에서 시작된 불편한 만남이었지만 이들이 주고 받은 대화 속에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국내 낙농산업이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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