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R사료공장들의 평균 가동률이 60%대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한우사육 농가를 중심으로 자가 배합 사례가 늘고 있어 시설과다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있다.
한우와 육우, 젖소 등 수요는 그대로인데 TMR공장은 10여 년 사이에 두 배 가깝게 늘었다. 봇물처럼 TMR 전성시대를 열었던 공장들이 이제는 치열한 생존경쟁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전국 TMR사료공장은 총 183개로 집계됐다. 이 중 농협으로 분류되는 공장은 47개, 일반공장(사료협회, 단미사료협회, 조사료협회 기타 등)은 136개이다. 하루 생산 능력은 농협이 4천742톤(평균 101톤), 일반공장이 9천651톤(평균 261톤)으로 전체 1만4천393톤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농협공장은 86만 톤을, 일반공장은 207만9천 톤을 생산해 1년 동안 전체 293만9천 톤의 TMR사료가 팔렸다. 시장점유율은 농협이 29.3%, 일반공장이 70.7%의 비중을 보였다.
문제는 가동률이다. 지난해 농협 공장은 평균 60.5%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일반공장 평균 가동률도 71.8%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68.1%의 가동률을 보였다.
애써 만든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한 마디로 시설과다 때문이다.
2005년 7월 기준 전국의 TMR사료공장은 107개소(경기 34, 강원 5, 충북 2, 충남 23, 전북 9, 전남 11, 경북 8, 경남 14, 제주 1)에 불과했다.
전체 공장의 일산능력도 3천368톤에 머물렀다. 그 후 TMR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전국 곳곳에 들어선 공장들은 규모도 커지고, 최신시설을 갖추면서 일산능력은 1만4천 톤까지 늘어났다. 공장숫자는 두 배 가깝게 증가했지만, 생산능력은 다섯배 가깝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은 TMR공장들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졌다. 190%대까지 가동되는 공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40~50%대에 멈춰있다. 심지어 20%대를 밑도는 유명무실한 공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선축협이 운영하는 TMR 공장도 마찬가지다. 100%대를 웃도는 가동률을 자랑하는 공장도 많지만 대여섯 개의 공장은 20%대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일선축협 TMR공장은 2005년 11개에서, 2011년 30개, 현재는 47개로 늘었다. 농협경제지주는 조합들의 TMR사료공장 평균 가동률이 일반공장에 비해서도 낮은 이유에 대해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공장이나 2016년에 건립된 공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공장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TMR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장숫자가 증가했지만, 늘어도 너무 많이 늘면서 공장 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그동안 주요고객이었던 한우 대군농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상대적으로 일손이 많이 필요한 낙농가들은 자가 배합에서 손을 많이 뗐지만 최근 들어 한우농가들 사이에선 직접 농장에서 자가 배합한 TMR을 급여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군농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TMR공장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합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TMR공장 설립에 동참했던 일선축협들도 마찬가지다. 믿었던 고객(조합원)이 자가배합으로 돌아서면 공장의 효용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TMR공장들의 생존여부를 가릴 갈림길이 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