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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백색우유, 실버세대 위한 바람직한 식품

  • 등록 2018.04.20 11:28:37

 

윤성식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기술학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서고금을 통해 우유만큼 찬사를 받은 식품이 있을까. 우유는 천사가 인간에게 내린 선물 또는 백색 보약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인류의 최고 식품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구약성경에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구절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찹쌀에 우유를 넣어 끓인 타락죽이 왕실에서 이용된 기록이 있으니 우유는 그야말로 귀한 보양식품이었다.

미국 영양학계의 거두였던 멕컬럼 박사는 우유와 유제품을 충분히 먹고산 민족은 건강과 장수를 누렸고 경제적, 예술적, 과학적으로 큰 발전을 이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유는 물처럼 액상이기 때문에 이가 없는 동물이 마시기 쉽고, 어미의 유선을 통해 분비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안전한 식품이다. 푸른 초원의 풀을 먹고 사는 젖소는 반추위 통해 목초를 소화시켜 우유를 만들어 내므로 먹거리를 두고 인간과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구상에서 인간과 젖소는 서로 의지하며 공생하는 관계가 바람직하고도 자연스런 생태적 환경이다. 

세상에는 약 4천여 종의 포유동물이 살고 있고 모든 새끼는 태어나면서 부터 성장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어미가 제공하는 유즙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어미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새끼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므로, 유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눈다. 어미와 새끼 간 대화는 분만 후 1주일 이전에 분비되는 초유 성분을 분석해 보면 참으로 경이로울 정도다. 초유에는 특별히 면역단백질 함량이 눈에 띄게 높은데, 이는 수많은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새끼를 방어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과거 완전식품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백색시유의 소비에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지 한참 되었다. 이러다가 국내 낙농산업의 기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최근 국민 1인당 우유소비량은 쌀소비량을 추월했다지만 국내산 음용유 감소가 자못 심각하다. 음용유 소비부진은 신생아 수의 감소에 따른 인구절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출산율이 낮다. 2002년 49만 명이었던 신생아 수가 2013년부터는 43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여성 1인당 평균출산율은 1.3명이다. 해리 덴트는 ‘인구절벽’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생산가능 인구의 비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상품의 주소비층 인구도 줄어들면서 소비 위축이 심화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국내 신생아 수의 급감은 우유의 주소비층인 아동인구의 감소로 직접 이어져 시유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인구학적 변화가 급변하는 시대를 살면서 솔직히 국내 낙농산업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불원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이상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므로 크게는 식품산업, 좁게는 낙농제품들이 이들을 겨냥한 식품으로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기본 영양소가 필요하다. 즉 필수아미노산, 탄수화물, 필수지방산 외에도 약 20여 종의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체가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그 종류뿐만 아니라 필요양도 바뀌게 된다. 

생애주기별(life cycle)로 영양 요구성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어린이들은 정신적, 육체적 발달을 위해 대체로 고칼로리 식품이 권장되는 반면 육체적 활동량이 적은 노인들은 칼로리가 비교적 적은 식품이 바람직하다. 육체적 운동 외에도 심리적, 감정적, 사회적 이슈들도 역시 식품섭취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백색우유는 실버세대를 위한 이상적인 음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영양소가 노인들에게도 필수적이니 우유를 노인들의 생애주기별 영양요구량에 맞도록 가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필자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50세 이후 성인들이 우유마시기 꺼려하는 이유는 유당불내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당불내증은 우유를 주식으로 먹고 살아온 백인들에게도 나타나는 증세다. 유당은 아동의 뇌 발달에 중요하나 대략 30세 이후 성인에게 있어서 영양학적 의미가 크지 않으니 유당을 분해해 단맛을 보강하거나 대부분을 제거한 저유당 우유 제품이 바람직할 것이다. 주지하가시피 갱년기 이후 체내에서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이 호르몬 생산의 감소다. 우유에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으니 우유는 실버세대의 바람직한 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노인은 근육량이 감소하고 면역기능이 위축되므로 우유단백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게다가 신장의 배설기능도 약해지니 탈수되기 쉽다. 우유와 같은 액체식품이 권장되는 이유다. 

실버세대에게는 남녀를 불문하고 칼슘은 가장 중요한 미량원소다. 하루에 1천200 mg을 섭취해야 뼈 손실을 예방한다. 비타민 D는 10~15 μg까지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비타민 B6는 남자는 1.5 mg, 여성은 1.4 mg이 하루 권장량이다. 노인들에게는 젊은이 보다 더 많은 2 mg 정도의 B12가 필요하다고 한다. 노인들은 치아건강이 나빠져 음식물을 저작하거나 삼키는 능력이 떨어지고 맛을 느끼는 미뢰세포 수와 크기가 감소한다. 

이상의 영양소 요구조건을 고려해 볼 때 저유당 우유는 실버세대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영양학적 타당성이 충분하다. 왜냐하면 일반우유에 함유된 각종 영양소들이 유당만 뺀 후에도 저유당 우유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내 노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마시는 우유가 평생 동안 인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홀리스틱(holistic) 식품으로 소비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요즘 일반 백색우유 대신 소화가 잘되는 저유당우유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영양불균형이 심화되는 현대인들에게 우유를 통해 고른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다면 국민건강을 지키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저유당 우유는 마신 후 속이 불편하지 않으니 특별히 유당불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맟춤이다. 국내산 시유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유가공업체 모두 다양한 형태의 저유당 유제품을 개발해 소비자 계층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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