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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작지만 강한, 강소농을 육성하자>전업가족농 중심 ‘강소농’ 조성이 적자생존 해법

  • 등록 2019.02.18 09:56:39

[축산신문 기자]


남성우 박사(전 농협대학교 총장)


FTA 확대·환경규제 심화…한국축산 내우외환 위기

경영규모 영세성도 약점…규모 보단 내실 초점을

가족농 위주 농장 적정규모 유지로 경쟁력 극대

ICT 기술 접목 스마트 팜, 사육시설 뒷받침 관건


축산물 자급률이 수입증가에 따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올해 축산물 자급률은 쇠고기의 경우 30%대로 떨어지고, 돼지고기는 70%가 무너지고, 우유는 5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FTA에 따라 수입관세가 매년 내려감에 따라 우리 축산물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게다가 미(무)허가축사, 환경, 냄새 등 축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내우외환인 셈이고 첩첩산중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리 농축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경영규모의 영세성이다. 농가당 평균 경작규모가 1.5ha에 불과하고, 축산농가의 호당 사육규모는 한육우가 30여두, 젖소가 60여두, 돼지가 2천300여두, 산란계가 6만여수, 육계가 5만여수, 오리가 1만4천수 정도로 주요 수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세하다. 그래서 흔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육규모를 늘리고 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경영규모가 크다고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 평균 산유량 30kg인 고능력 착유우 40마리를 기르는 A낙농가는 일일 산유량이 20kg인 저능력우 60마리를 기르는 B농가보다 수익성이 높다. 총 산유량은 같지만 사육두수가 적으므로 생산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A농가가 바로 작지만 강한 ‘강소농’이다. 양돈의 경우 평균 MSY가 27두인 모돈 200두를 기르는 C농가는 MSY가 18두인 모돈 300두를 기르는 D농가보다 수익이 더 높다. 사육규모는 작지만 MSY가 1.5배인 C농가가 바로 ‘강소농’이다. 이런 것이 바로 ‘경영의 차별화’이고 경쟁력이다.

따라서 양적(量的)성장도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생산성 향상 등 질적(質的)성장이 중요해진다. 규모(sacle)와 함께 디테일(detail), 즉 세밀한 경영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축산업은 양적성장에 주력해오다 보니 환경·냄새·질병·번식·품질·식품안전·노동력·생산성·원가관리 등 세부적인, 디테일한 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한 점이 많았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축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업가족농(專業家族農), 작지만 강한 ‘강소농’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경영이 고용경영보다는 관리에 더 세심하게 대응한다는 보편적인 진리, 즉 ‘디테일’에 강하다는 것이 생물을 다루는 농축산업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업의 성장과정을 보면 농가는 줄고 사육두수는 늘어나 호당 사육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 한육우의 경우 1996년에 51만3천호에서 259만두를 사육하여 호당 평균 5두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18만4천호에서 220만두를 사육, 평균 12두로 늘어났으며 2017년에는 9만4천호에서 287만두를 사육, 평균 30두로 늘어났다. 

사육규모 50두 이상인 전업농가의 비율이 2007년 4.4%에서 2017년에는 17.3%로 늘어나고 이들의 사육두수 비중도 63.6%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한육우 농가의 경쟁력은 낮다. 

농가단위로 보면 20년 만에 사육규모가 6배로 늘어났지만 가격은 아직도 비싸다. 소비량이 늘어난 자리를 값싼 수입쇠고기가 점령해 자급률은 오히려 떨어졌으니 경쟁력이 낮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50두 미만의 영세농가가 2007년 17만6천호에서 2017년 7만8천호로 대폭 줄어든 반면 50두 이상의 전업농가는 8천157호에서 1만6천324호로 배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영세농가는 계속 줄어들고 전업농가는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연히 규모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무허가축사를 가진 농가의 대부분이 영세농이고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내에 상당수의 영세농가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번식기반이 무너지게 되면 한우산업의 경쟁력은 더 약화될 게 뻔하다. 

일각에서는 번식우와 비육우를 일관사육하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경영성과를 보면 번식우의 경우 소규모 사육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번식·비육 일관사육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강소농’의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낙농의 경우 지난 10년간 변화를 보면 농가수가 2007년 7천657호에서 2017년 5천256호로 줄었다. 사육두수는 한육우와 달리 45만3천두에서 40만2천두로 줄었다. 사육규모 50두 이상 농가는 3천350호에서 3천751호로 늘었고 이들의 사육두수 비중은 77%에서 88.3%로 늘었다. 낙농의 경우는 이미 전업화가 상당히 이루어졌고 규모면에서는 대부분의 농가가 ‘강소농’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양돈이나 양계는 소에 비해서 전업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양돈농가(통계청 자료 기준)는 2007년 9천832호에서 2017년 4천406호로 급격히 줄었고 평균 사육두수는 977두에서 2천386두로 크게 늘었다. 사육규모 1천 마리 이상인 농가가 전체 돼지의 92.2%를 사육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 전업화가 되었다. 2017년 산란계분야는 1천89호의 농가가 7천300만수(평균 6만7천수)를 사육하고 있고, 육계는 1천559농가가 8천500만수(평균 5만5천수)를 사육하는 것으로 나타나 역시 전업화가 많이 되었다. 그러나 산란계의 515농가와 육계의 272농가는 아직도 3만수 이하를 사육하는 영세농으로서 앞으로 강소농으로 육성해야 할 대상이다.

전업화된 가족농으로, 과연 ‘강소농’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 강소농의 조건은 가족노동 위주(필요 시 고용노동으로 보완)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정규모로서, 노동력 절감을 위한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관리시스템에 ICT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앞으로 강소농이 되기 위해서 보완되어야 할 분야는 첫째, 사육시설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현대의 축산에서 생산성은 시설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사 온·습도조절장치, 자동환기시스템, 축사가스측정정치, 사료자동급이기, 자동급수장치, 화재감지시스템, 축사내외 CCTV, 출입차량 GPS기록 등은 기본이다.

둘째, 가축분뇨처리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분뇨에서 기인하는 악취와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축산을 할 자격이 없다. 가축분뇨를 노천에 쌓아놓거나 흘려보내는 잘못은 제발 하지 말자. 

셋째, 가축질병 예방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외부인 차량의 농장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소독시설을 완비해야 한다. 질병예방에 실패하는 농장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넷째, 경영기록을 철저히 하자. 기록이 없으면 성과를 분석할 방법이 없다. 가축 개체별, 축군별 기록은 수익창출의 기본이다. 자금관리, 입식 및 출하기록, 번식기록, 등급판정기록, 우유검정기록, 질병예방백신기록, 개체별 병력기록 등을 철저히 하자. 이제 주먹구구식 경영은 안 된다. 

다섯째,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사물인터넷과 RFID를 활용한 가축의 행동기록 등 정보는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수집된 빅데이터는 소중한 정보로서 생산성 향상의 기초자료가 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은 경영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 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낙농목장의 자동착유장치, 로봇 포유기 등은 이미 실용화되었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지능형 로봇이 예방주사를 놓고, 무인드론이 소독약을 뿌리고,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영 의사결정과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일들이 현실화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강소농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가 바로 그 것이다. 격변의 시대에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큰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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