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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일호 기자의 스페인 시찰기 / 본토에서 이베리코 실체를 찾다-1

“도토리 급여 이베리코 아무때나 먹을 수 없어”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① “한국선 연중 먹을 수 있다고?”

② ‘하몽’ 엔 있고, 정육엔 없는 것은

③ 이베리코 천지…얼마나 많길래?

④ “우리도 대책이 없다”


현지 관계자, 단호하게“방목기간에만 가능”

한국 수많은 업소서 취급 소식에 의아한 반응


“공장서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내심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기만을 고대하던 국내 양돈업계의 바램과는 달리 ‘도토리를 급여해 방목한 이베리안 전통 흑돼지’ 라는 이베리코의 광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깃집이라면 두집 건너 한집꼴로 메뉴판을 걸어놓을 정도로 국내 시장에 저변화 되면서 양돈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베리코의 실체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굳이 스페인 양돈산업에 정통하지 않더라도 이베리코 홍보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문구를 한번이라도 되새겨 본 이라면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이베리안 반도라는 곳에 얼마나 많은 도토리와 흑돼지가 있길래 무한정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게 그것이다.

기자도 다르지 않았다. 언론인, 그것도 축산 전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반 소비자들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이베리코 정보를 접할 수 있었기에 수차례 걸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간접경험이 전부였던 기자로서는 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의구심이 확신으로

이러한 기자에게 이베리코를 본토에서 직접 확인할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한돈자조금 해외시장 시찰단’과 동행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 것이다.  

시찰단과 함께 독일의 하노버 박람회를 거쳐 도착한 스페인에서의 체류기간은 단 나흘. 이베리코 현황파악이라는 게 시찰단이 꾸려진 공식 목적이었지만 기자를 포함한 시찰단의 어느 누구도 그 수준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주어진 시간은 적을 수 밖에 없었고, 보이지 않는 부담감은 양어깨를 무겁게 짖눌러 왔다.

그러나 시찰단이 스페인으로 가져온 의구심이 확신으로 굳혀지기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현지 양돈업계와 사석에서 가진 대화는 그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12월은 돼야 도축시작

스페인 도착 이튿날 살라만카 지역 이베리코 생산업체 두 곳을 방문한 시찰단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이베리코 마을’(지명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베리코생산자협회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마침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스테이크가 나오자 기자가 물었다.

“도토리를 먹인 돼지고기 아닌가” 

이베리코 가운데 일부라는 말은 듣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해들은 내용이었기에 순수히 한국 소비자들의 시각으로 접근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베리코생산자협회 관계자로 부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어조로 돌아온 대답은 “NO, 절대 그럴리 없다”였다.

바로 이어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도토리를 먹인 돼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2개월 이상 방목을 시켜야 한다. 방목은 매년 10월부터 가능한 만큼 12월은 돼야 도축이 시작되는데 지금은 11월이다. 생산 자체가 될 수 없다”  

기자를 비롯한 시찰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토리를 급여했다는 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국내 유통업체나 외식업소들은 이베리코에도 등급이 있다며 ‘베요타’(스페인어로 도토리다)라는 별도의 메뉴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상황. 그것도 연중 판매되고 있는 게 국내 현실이다.

더구나 “이베리코를 알아야 한다” 며 스페인 출장 이전 일주일 간격으로 이베리코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국내 음식점 두 곳을 찾아 똑같이 ‘베요타 이베리코’ 메뉴를 선택했던 기자 입장에서는 황당함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냉동보관 추측도 ‘오답’

그러자 시찰단 사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방목시기에 한국 수입업체가 여유있게 물량을 확보, 냉동 형태로 보관하면서 연중 공급할 수 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 역시 1시간여만에 ‘오답’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식사 자리에 동행했던 이베리코 생산업체 페르민사의 아시아 영업 담당자와 함께 버스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다.

“한국에서는 도토리를 먹였다는 이베리코 판매점이 수를 셀 수 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증가추세” 라는 시찰단의 설명에 대해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관계자는 “도토리를 먹인다고 해도 평생 방목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체중 도달 전까지 대부분 구간의 사육이 일반돼지와 같이 돈사에서 이뤄지고 배합사료를 급여한다”고 전제, “그렇다고 해도 이베리코 전체 사육두수가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방목을 통해 도토리를 먹인 숫자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상당수는 스페인 내수용으로 공급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통역 과정에서 오해가 있을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시찰단이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았다.

특히 스페인 마지막 일정으로 마드리드 소재 스페인 육류산업협회에서 이뤄진 간담회는 이들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과 함께 시찰단의 의구심을 풀어줄 다양한 근거까지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국내의 수많은 외식업소와 온-오프라인 식육판매점을 통해 이베리코가 공급되고 있는 현상은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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