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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최윤재 교수의 '목소리' <69>최윤재 교수의 목소리를 마무리하며(끝)

대한민국 축산 미래 향한 진보, 물심양면 뒷받침

  • 등록 2020.08.19 09:30:43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필자의 삶에 대한 회고와 축산에 대한 고찰을 마지막으로 ‘최윤재 교수의 목소리’를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교육자로서 살아 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만감(萬感)이 교차합니다. 제자들이 연구실에서의 생활과 졸업 후에 사회에서 맡은 일을 감당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꼈고, 또한 국가가 저에게 부여해 준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수행하며 엄중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성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품었던 몇몇 소망들을 아직 이루지 못해 아쉬움과 회한의 감정이 듭니다. 하지만 지나간 추억과 아쉬움들은 한 켠에 잠시 남겨두고, 필자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들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달려가려 합니다. 대한민국의 축산 진흥을 위해 일평생 헌신해왔지만, 아직도 축산에는 할 일들이 산재해 있고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습니다. 

축산업에 대해 제시된 여러 가지 문제들과 고민들은 어찌 보면 정반합(正反合)의 원리 속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와 모든 사물들은 항상 변화하는 과정 속에 놓여있습니다. 축산의 현재 모습은 고정되거나 완결된 것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의 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낡은 것을 부정하는 새로운 명제들이 끊임없이 다시 제시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 축산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낡은 것을 완전히 부정하고 폐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긍정적인 부분은 새로운 것 속에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그 예시로 전통축산과 현대과학기술이 접목되어 나타난 첨단화된 융복합 축산업의 모습, 그리고 환경보호단체와 채식주의자들의 우리 축산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해 오히려 우리 축산업이 질적 성장과 선진화가 이루어진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축산업은 이렇게 계속 진보하고 발전하며, 더 높은 단계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축산업이 앞으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앞서 누누이 강조해왔던 친환경 축산, 융복합산업으로서의 첨단 축산업, 건강하고 안전한 기능성 축산 식품 개발 및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 가축 질병 관리, 남북한 축산 교류 실현 등과 같이 우리 앞에 놓여진 지상과제에 대해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먼저 큰 틀을 잡고서 그 아래에 구체적인 계획들을 수립하고 행동하며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이며, 경제적 상황이나 대내외적인 시류의 변화로 초래된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할 것입니다. 통제하기 어려운 많은 변수들이 생기고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철저히 준비하고 대응하여 끊임없이 다가오는 난관들을 하나씩 극복해야만 합니다. 축산업계와 정부, 산업체, 농가, 학계, 소비자를 비롯해 구성원 모두가 일심(一心)으로 뭉쳐서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이 과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흐르지 않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 및 사회나 축산업계에도 적용되는 경구(警句)이고 이야기지만 필자인 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문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32년이라는 교수 생활을 하면서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자 고군분투 했습니다. 혹여나 짧은 순간 방심하여 옛 성취와 기억에 젖어서 안주할까봐 나 자신을 스스로 다그쳤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노심초사(勞心焦思)하게 됩니다. 과거에 갇혀서 자기 마음과 세상 현실이 짝이 맞지 않게 되면 곧바로, 세상을 원망하게 되고 불평불만이 늘어나게 되며 삶도 거칠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에 담긴 뜻처럼 흐르는 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이 흘러가다가 웅덩이를 만나게 되면 잠시 고여 있다가 뒷물을 만나면 다시 앞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누구나 사회적으로 특정한 직책과 역할을 맡았다가 소임을 다했다면, 그 후에 후임자가 왔을 때 선뜻 자리를 내어주고 마치 여행자처럼 홀연히 떠나고 자신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살이이며 타인과 자신을 함께 살리는 삶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서도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나의 생활신조를 계속 유지하여 욕심 부리지 않고 세상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필자의 몸과 마음을 맡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필자는 대한민국 축산의 미래를 책임질 유능하고 훌륭한 후속 세대들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축산의 이야기는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연필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듯이 써 나갈 것입니다. 그 그림의 세상이 때때로 방향을 잃어 구불구불 멀리 돌아갈 때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냉혹한 현실의 풍파에 부딪혀서 좌절감을 느끼며 찢겨나갈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해야 할 역할은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후배들이 올바른 방향을 잡도록 조언하며, 축산에 대한 꿈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는 것일 겁니다. 우리 축산에 대한 헌신과 노력하는 마음들이 어우러진다면 대한민국 축산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저의 연재 기고를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신 축산신문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하루 속히 이 사태가 진정되어 가정에 안정과 평안 그리고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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