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6>

스페인 항구도시마다 부조화스러운 건물·시설 없어

  • 등록 2020.12.16 11:16:16


(전 농협대학교 총장)


옛것 보존·자연환경과 융화 노력…고귀함 느껴져


▶ 해변 휴양도시의 절제된 아름다움에 반하다. ( 6월 5일, 14일차 ) 

아침부터 날이 꾸물거렸다. 어제 세탁한 티셔츠와 양말이 아직 마르지 않아 옷핀으로 배낭에 매달고 가야 한다. 우선 당장은 비가오지 않으므로 배낭커버만 씌우고 길을 나섰다. 비가 내리지 않기만을 빌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기대는 무너졌다. 비가 오기 시작해서 판초우의를 꺼내서 뒤집어썼다. 대개 한두 시간 가면 카페가 나타나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는 맛이 일품인데 오늘은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 카페가 문을 안 열었다. 사실은 안 연건지 망한 건지 모르겠다. 폐업한 카페를 중도에 많이 보았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폐업한 가게를 볼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주인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약 3시간 20분을 쉬지도 못하고 걸어서 당도한 곳이 리바데세야(Ribadesella). 우선 큰길가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시켰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날이 약간 으스스했다.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더니 좀 낫다. 가게에서 과일과 우유 등 먹을 것을 샀다. 염장소시지도 사고 치즈 통조림 주스도 샀다. 주스를 고르는데 어떤 부인이 여러 가지가 섞인 혼합주스로 아주 맛이 좋다고 설명을 해줘서 그걸 샀다. 실제로 맛이 너무 좋아서 점심때 둘이서 주스 1리터를 다 마셨다. 마침 길거리에 우리 5일장 같은 시장이 열려서 구경을 했다. 농산물, 식료품, 홈메이드 치즈, 소시지, 햄, 빵이 있어서 바게트와 파운드케이크를 샀다. 레저용 모터보트가 많이 정박해 있는 항구, 벤치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과일통조림, 주스, 파운드케이크, 요구르트, 복숭아 실컷 먹었다. 18유로를 주고 장을 봤는데 내일 점심까지 해결됐다. 리바데세야, 이름만 세련된 게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휴양도시다. 바다와 접해있으며 강어귀를 끼고 있는 이 도시의 시가지를 걸어보고, 중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서 돌아보니 참 아름다운 타운이다.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게 조성된 마을이다. 

스페인의 대서양 해안 길을 걸으면서 몇 군데 항구도시를 지났는데 공통점이 있다. 도시가 작고 아담하다는 점, 도시가 매우 밝다는 점, 부조화스럽게 키가 큰 고층빌딩이 없다는 점, 즉 스카이라인을 통제한다는 점, 건물마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밝고 다양하다는 점, 해안가 쪽으로는 난개발을 막아서 잘 정돈되어 있다는 점, 카페는 보도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관광지라면 돈 많은 사람이 멋없게 덩치만 큰 높은 빌딩을 지어서 경관을 망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다. 개발을 절제하는 가운데 옛것을 잘 보존하고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그런 건물과 시설을 고집하는 그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오래된 건물과 집들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품위 있는 모습들이 고귀한 귀부인을 보는 것 같다.   

마을에 공소가 있는 걸 보았다. 교회건물의 형식은 갖추고 있으나 규모는 아주 작았다. 마을이 작으니 그럴 법도 하다. 좀 규모가 있는 마을에는 성당이 있지만 작은 마을에는 어쩔 수 없었을 게다.

이곳의 나무는 온대와 아열대를 아우르는 종류가 다양한 게 특징이다. 소나무, 잣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플라타너스, 이태리 포플러 등 온대지방의 나무가 있는가 하면 코코넛나무, 소철나무, 선인장, 이름은 모르겠으나 아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이 있다. 해양성기후라서 겨울이 그리 춥지 않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것은 호두나무가 많다는 점인데 아마도 케이크 문화가 발달해서 케이크를 만드는데 호두를 많이 넣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빵집에 가면 호두가 들어간 파이나 케이크가 많다. 또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카립투스나무가 많다. 호주에서는 코알라가 주식으로 그 이파리를 먹는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무슨 목적으로 쓰는지 모르겠다. 나무가 쭉쭉 뻗은 것으로 보아 재목으로 쓸 것 같다. 이 나무는 큰 것은 키가 70m까지 자라기도 한단다. 

우리가 숙소를 찾아 가는 도중에 만난 마을 이름이 산페드로(San Pedro)였다. 성 베드로는 예수님이 가장 아끼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마을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은 성 베드로 성당이 소재하기 때문이란다.  

오늘 묵을 곳은 산에스테반(San Esteban)의 무니시팔(municipal) 알베르게다. 1인당 8유로로 저렴하고 시설이 잘 돼있다. 그래서 순례자들은 이런 곳을 선호한다. 

저녁은 파스타와 염장 소시지를 한 그릇에 넣고 강한 불로 20분을 끓였다. 여기에 라면스프를 넣고 삶아서 먹었다. 새로운 메뉴가 또 개발된 날이다. 저녁나절이 되면서 비가 내린다. 걱정이다. 내일은 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예보에 따르면 종일 빗속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