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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1>

장거리 순례길, 체력 안배가 키포인트


(전 농협대학교 총장)


신발 관리·발 물집 방지 등 요령 숙지도 중요


▶ 장거리는 서둘러서는 안 된다. ( 6월 10 일, 19일차 )  

그라도(Grado) 알베르게에서는 모처럼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우유 두 잔, 토스트 네 쪽, 버터, 잼. 꿀, 요구르트가 나왔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 버터를 많이 발라서 먹었다. 버터는 아주 고칼로리이고 각종 필수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고지방 식품으로 이럴 때는 안성맞춤이다.  

그라도 시내를 벗어나면서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어제 비 예보가 있었지만 안개가 잔뜩 끼고 흐린 것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예상대로 한참동안 오르막길을 만나 호흡조절을 하면서 전진했다.    

순례길은 장거리이므로 체력을 잘 안 배해야 한다.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날 출발 전에 날씨에 맞도록 옷을 입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걸을 때 몸에 약간 땀이 배일 정도로, 춥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입는 게 좋다. 아침 일찍 나서면서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벽이나 아침에는 손이 시리지 않도록 장갑을 끼는 게 좋다. 배낭을 꾸릴 때 잘 안 쓰는 물건은 아래쪽에 넣고, 도중에 쓰는 물건은 꺼내기 쉬운 곳에 넣는 게 편리하다. 배낭을 꾸릴 때는 눈을 감고도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제각기 자리를 정해서 넣는 것이 좋다. 배낭에는 여러 개의 사이드포켓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편리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과 발의 상태다. 신발은 전날 바람이 잘 부는 건조한 장소에서 습기가 제거 되도록 잘 말린다. 신발이 물에 젖은 경우에는 신문지를 신발 안쪽에 구겨 넣어서 물기가 제거되도록 하면 빨리 마른다. 발에 무좀 등 관리가 필요한 트러블이 있는 경우는 무좀약 도포 등을 거르면 안 된다. 하루 종일 걸으므로 반드시 발라야 한다. 잘못 관리해서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기라도 하면 낭패다. 발바닥이나 발가락이 부르튼 경우에는 일회용 테이프로 보호하고 양말을 신는다. 발가락이나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때에는 물집을 터뜨리고 건조시키는 게 좋다. 상처를 보호한다고 연고를 바르면 건조가 안 되고 오히려 상처가 오래 지속된다. 

발바닥에 물집이 막 잡히려고 할 때는 일회용 테이프를 붙여서 물집이 번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발바닥은 물집이 커지면 매우 고통스럽고 걷기가 어렵다. 발가락 물집 방지를 위해서는 발가락양말이 도움이 된다. 두 켤레를 매일 번갈아 신으면 좋다. 발바닥에 바셀린을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바닥 마찰을 줄여 주고 혹 신에 물이 들었을 때 발보호가 된다. 면양말보다는 합섬섬유가 60~70% 섞인 양말이 좋다. 순면양말이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발이 부르트기 쉽다.

또 출발 전에 배낭을 맞게 메는 것이 중요하다. 배낭끈 길이가 좌우가 같도록 조절하고, 허리끈이 골반에 걸치도록 조여 맨다. 그래야만 배낭 무게가 골반에 실리게 되고 어깨나 허리가 편안하다. 어깨끈 상하를 조절해서 배낭과 등이 밀착되도록 하는 게 좋다. 또 어깨끈이 좌우로 벌어지지 않도록 옆으로 매는 끈도 조절해야 한다. 

스틱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 무릎을 보호하는데 유용하다. 평지나 오르막에서는 스틱의 길이를 조절할 때 손으로 스틱을 잡고 팔을 앞으로 뻗었을 때 팔의 각도가 직각이 되는 게 좋다. 내리막에서는 스틱을 한 뼘 정도 길게 잡는 게 좋다. 스틱을 사용하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크게 도움 되며 다리로만 가는 힘을 팔로 분산하여 무릎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는 경사에 따라 보폭을 좁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를 때 보폭이 크면 근육에 무리가 가고 경직현상을 일으킬 수 있고, 내리막에서보폭이 크면 무릎에 힘이 많이 실리고 미끄러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두 시간을 가도 카페 하나가 없다.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길 루트라서 그렇다. 세 시간을 걷고 길가 벤치에 앉아 과일 등 간식을 먹었다. 살라스(Salas)에 거의 다 와서 2km 전방에 도시가 빤히 보이는데 단숨에 갈 것 같아 보이는 2km가 왜 그렇게 먼지. 허기도 지고 오르막길이라 힘은 더 들고 아주 지루했다. 작지만 시가지와 집들이 아주 예쁜 산골마을 살라스, 분위기가 좋아서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하루를 묵는 마을이다. 큰길가 카페에서 요기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나니 오후 1시다.

여기서 짐을 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우리는 라에스피나(La Espina)까지 6km를 더 가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예상한대로 오르막길이다. 살라스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오르막길이 구불구불한 계곡을 따라 계속되었다. 하늘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한 구비를 돌고나면 또 다른 구비가 나타나기를 되풀이 했다. 

그런 오르막길을 땀이 온몸에 흠뻑 배도록 올라간 거리가 4km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커피 한잔에 샌드위치를 먹고 출발하기를 참 잘했다. 허기가 가시고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토록 먹는 게 중요하다는 걸 또 절감했다. 오늘은 분명 어제보다 힘든 루트다. 아침에 올라온 것부터 따지니 숙소가 있는 마을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관령 횡계의 700고지 마을이 연상된다. 아침에는 아득히 저 멀리 산꼭대기에 보이던 풍력발전 바람개비가 바로 앞에 있다. 그만큼 멀리 온 게다. 태백산맥의 선자령 아래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다. 아주 지대가 높은 산골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거였다. 산티아고까지 277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았다. 오늘은 힘든 길을 31km나 걸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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