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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5>

지방정부 다른 갈리시아, 표지판 글자 두 가지로 표기


(전 농협대학교 총장)


옛 스페인,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 언어도 달라


▶ 갈리시아(Galicia)지방에 들어가다. ( 6월 14일, 23일차 )

지난밤은 모처럼 참 잘 잤다. 호강한 날이다. 5시 10분에 기상, 호텔에서 차려준 아침으로 빵, 버터, 쨈, 꿀, 우유, 요구르트를 먹고 여명에 출발했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나서 한 20여분을 가니 동이 트기 시작하고 첫닭도 울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산길을 올라가니 정상. 풍력발전용 바람개비가 능선에 줄을 지어 서있는 곳이다.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보고 왔는데 바로 코앞에 섰다. 여기가 해발900m 고지. 어제 잔 데가 700m 고지대였으니 약 200m를 올라온 셈이다. 오르는 도중 해가 떠오르고 산허리가 구름바다다. 오늘은 날이 아주 좋다. 햇볕이 쨍쨍하다. 요즘 며칠사이 가장 좋은 날씨다.

두 시간 반 정도를 가서야 카페가 나왔는데 여기가 오세보(Ocebo). 여기부터는 자치지방이 아스투리아스(Asturias)지방에서 갈리시아(Galicia)지방으로 바뀌었다. 지방정부가 바뀌면서 산티아고 까미노 길표지도 바뀌었다. 표지석에 산티아고까지의 남은 거리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점차 가까워짐을 실감나게 하는 돌기둥 표지석이다. 갈리시아지방은 언어가 스페인어와 완전히 달라서 도로 표지판이 두 가지 글자로 표시된다. 이런 경우는 순례 시작할 때 바스크주에서 경함한 바와 같다. 갈리시아주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글을 가르친다고 한다. 

스페인은 과거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언어도 달랐다고 한다. 한 나라이면서 언어가 다르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또 국민간의 일체감도 많이 엷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독립을 주장하는 바르셀로나 중심의 카탈루냐 지방의 움직임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남북한이 갈라져 있지만 한글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 한반도는 이들에 비하면 동질감면에서는 훨씬 강하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정치적·이념적 이유로 분단되어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오세보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파운드케이크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아일랜드에서 온 노부부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파운드케이크를 두 쪽 드렸더니 초콜릿 두 개를 준다. 가는 정 오는 정인가 보다. 원래 까미노 친구들이 다 그렇다. 지난 사흘 둘이 걷는 모습을 매일 보게 되었는데 함께 걷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일랜드는 천주교 신자가 대부분(87%)이다. 북아일랜드가 영국에 편입된 것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지독히도 못 살았던 나라였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하면 땅도 척박하고 외진 섬이라 교역도 미미하고 자원도 많지 않았다. 그런 나라에 19세기 초에 대 기근이 왔다. 주식인 감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대 흉년이 들었고, 먹고 살수가 없게 되자 국민의 1/4이 이민을 가는 민족 대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가서 죽기 살기로 노력하여 정계, 재계에서 성공한 사람이 많다. 케네디가도 아일랜드계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0년대 과감한 자본시장 개방, 투지유치 등으로 괄목할 발전을 하였으며 이제 1인당 국민소득 5만7천 달러의 부국으로 발돋움했다. 적극적인 개방정책과 다국적 기업유치 정책의 성공이 경제발전의 발판이라고 한다. 스페인에 와서 아일랜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성공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취지에서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길의 상태가 좋다. 어제처럼 목장지대를 지났다. 산간지역이니까 목장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농사는 적합하지 않다. 여기는 땅에 돌이 많아서 일반 경종농업이 잘 안되니 초지를 조성하여 초식가축을 사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이 많아도 목초씨를 뿌리면 목초가 자라서 좋은 초지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방목을 하면 인건비 등 생산비가 적게 들고 가축의 건강상태도 좋으며 환경문제도 없는 등 장점이 많다. 그제 넘은 1천200m고지대에서도 소를 방목하는 풍경을 만났다. 돈 안 드는 비육우 생산이다. 

우리의 읍 정도 되는 폰사그라다(Fonsagrada)에 도착해서 점심을 오랜만에 사먹으려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주인 여자가 꽤나 친절하다. 퉁퉁하니 후덕하게 생긴 아줌마다. 샐러드와 돼지고기 볶음요리를 시켰는데 참 맛있다. 오랜만에 레스토랑에 앉아서 주문을 하니 순례자에겐 오히려 안 어울린다. 이곳에 와서 두 번째로 맛있고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목적지를 향해서 걷는데 도시에 활력이 없어 보였다. 빈집과 짓다가 만 건물들, 비어있는 건물들이 많았다. 도시가 이렇게 활력을 잃은 것은 지역경제가 나빠졌기 때문일 게다. 오늘 숙박지인 오 피네이랄(O Pineiral)에 도착 사설 알베르게에 체크인 했다. 1인당 10 유로다. 그런데 놀란 것은 민간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알베르게 전용으로 신축한 건물이라 지금까지 거쳐 온 어떤 알베르게보다 시설이 더 잘 돼있다. 양지바른 곳이라 빨래가 잘 말랐다. 오늘 드디어 700km를 돌파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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