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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한국종축개량협회-축산신문 공동기획>개량의 민족 ⑭ / 경남 남해 ‘호산농장’

“함께 가는 길이라 외롭지 않았다”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개량, 특별한 기술 없어도 꾸준한 노력으로 가능

정확한 후대검정 통한 선발·도태가 ‘지름길’인 듯


경남 남해는 한우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남해가 한우로 이름이 알려진 이유는 일찍부터 한우고급육 생산에 앞장서면서 고급육 시장을 선도해온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이름이 사라졌지만 남해 화전한우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생산자 중심의 한우브랜드였다.

경남 남해 호산농장 임희열 대표는 오랜 기간 동안 화전한우브랜드의 농가대표까지 맡았을 만큼 고급육 생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인물이다.

임희열 대표는 한우 개량이라는 것은 굳이 높은 기술을 가지지 않고도 꾸준한 의지와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실 천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지역농가들과 함께 일본으로 선진지 견학을 떠난 적이 있었다.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는 등급제가 있긴 했지만 정착 단계 전이라 고급육 생산에 대한 개념이 약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당시 개량을 통해 우량 암소군을 만들고, 여기서 생산된 우량한 밑소를 거세해 고급육을 만드는 시스템이 완성된 상태였다”며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우리 농가들은 남해의 한우산업을 제대로 일으켜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여건상 한우사육에 불리한 남해지역에서 한우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농가들의 의지는 강했고, 등록부터 시작해 기록 관리하는 방식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나갔다. 인공수정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이고, 자연종부가 일반이던 시절이었다. 임희열 대표는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득하고, 교육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호산농장을 개량해 나갔다. 우선 남들에게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좋은 소를 선발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도태하는 것 뿐이다. 후대검정을 보고 좋은 소는 남기고, 성적이 나쁜 소는 비육해 출하했다. 내가 노하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성별에 관계없이 송아지를 생산하면 직접 비육 후 출하해 성적을 받아본다. 직접 새끼를 받았고, 사육기간 전 과정을 지켜봤으니 그 소에 대해서는 그가 가장 잘 안다. 그렇게 결과를 받아본 후 어미 소에 대한 선발과 도태 결정을 내린다.

“여러 선발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은 좋은 유전 능력을 가진 암소를 선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정확한 것은 후대검정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임 대표는 말하고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장에서 송아지를 사다가 비육을 잘하면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 후대검정을 받아야하고, 암소를 장기간 길러야하고, 개량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임 대표 스스로도 흔들렸던 때가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때라 서로가 보증을 서주고, 돈을 빌려쓰도록 도움을 주고받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면서 농장을 통째로 날려버릴 상황이 됐다. 다행스럽게 해결책을 찾고 농장을 살렸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개량이나 사육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모두에게 나름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개량이 한우농가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농가 스스로가 해야 한다. 나 역시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주위에서 함께 어깨를 걸고 용기를 북돋워준 동료, 선배,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전한우브랜드는 지금 보물섬남해한우라는 이름으로 그 규모가 확대됐다. 남해군과 남해축협까지 함께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는 “개량을 하고 싶다. 좋은 암소들을 갖고 싶다면 우선 그 시간을 돈으로 사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후대검정으로 선발과 도태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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