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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 1년 여 지났지만

“무리한 정책 추진”…여기저기 ‘삐걱’

  • 등록 2021.06.16 11:18:08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정부 EPC 산지 유통 기지화 추진사업 난항

유통 차질 우려 시행 앞두고 허가기준 완화

소규모·농가 단위 사업자 확대…부작용 속출


식용란선별포장업이 본격 시행된지 1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일선 현장을 중심으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선별포장업과 관련 HACCP 등록 의무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신규 선별포장업 허가 업체는 물론, 기존업체도 인증획득에 애로를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서는 이같은 부작용의 원인으로 정부가 제도 시행 계획을 너무 촉박하게 잡은 탓에 선별포장업 허가 기준이 수차례 수정, 여기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미리 헤아리지 못했던 것을 꼽았다.


유통대란 막기위해 농장내 설치 한시적 허가

지난해 4월 25일 ‘식용란선별포장업’이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도입·시행됐다. 이는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계란을 위생적으로 선별·세척·검란·살균·포장 후 유통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기존 GP(Grading & Packing)로 칭하던 계란유통센터(선별포장업장)를 EPC(Eggs Processing Center, 계란유통센터)로 명명키로 하고 계란공판장 기능을 수행하는 산지 유통기지로 구축하려 했다. 이를 위해 계란공판장 기능을 할 수 있는 EPC 운영을 확대키 위해 지원사업을 펼치기도 했지만 사실상 EPC의 설치는 시간·장소·비용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진행이 더뎌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사실상 국내 계란유통에 필요한 만큼의 선별포장업장을 확보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계도기간 종료를 몇 달 앞두고 정부는 지원 사업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등 소규모, 혹은 농장단위 선별포장업장도 허가를 해줬다. 실제로 지난 ’19년말 70여개소에 불과했던 선별포장 허가업체는 계도기간 종료 한 달 전인 지난 ’20년 3월말에는 168개소, 제도 시행 시점에는 353개소, 현재는 584개소(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달하고 있다. 

이는 생산된 계란이 제도 시행 후 원활히유통되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던 농가들이 허가기준 완화를 기회로 앞다퉈 농장내에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결과로 실제 현재 허가돼 있는 선별포장업장 중 2/3이상이 농장내에 설치돼 있다.  


무분별한 업장 허가…EPC 경영난 초래

이같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농장 단위 선별포장업장이 생겨나자 먼저 광역 EPC를 운영하고 있거나 계획한 업체들 쪽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2개의 EPC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대표는 “정부의 식용란선별포장업 도입 계획에 발맞춰 이를 따른다는 생각으로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맞춰 선별포장업장 2곳을 설치하는데 총 200여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선별포장업이 시행되면 기존에 거래하고 있던 농가들 대다수가 선별포장을 의뢰키로 돼 있었다”며 “하지만 제도 시행 막판에 정부가 무분별하게 선별포장업장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일정규모 이상의 농가에서 모두 허가를 받아 현재 의뢰하는 농가수가 적어 업장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계란유통업계 관계자도 “촉박한 시행 기간으로 계란유통대란을 우려한 정부가 허가기준을 완화한 탓에 당초 선별포장업 시행에 발맞춰 EPC를 구축한 업체 대부분이 현재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AI 등의 질병전파를 막기 위해 농장에서 분리된 시설을 통해 계란을 유통시키려는 선별포장업 본래의 취지를 상실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지와는 다르게 허가 기준이 완화, 현재 허가를 받은 선별포장업장 중 절반이상이 농장에 설치돼 있다는 것. 촉박한 시행 기간으로 계란유통대란을 우려한 정부가 허가 기준을 완화한 탓에 AI 등의 질병전파를 막기 위해 농장에서 분리된 시설을 통해 계란을 유통시키려는 본래의 취지를 상실함은 물론, 오히려 중·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며 광역 EPC를 추진했던 업체들은 취급할 계란물량 부족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장 내 사업자, 이중 HACCP 적용 논란

한편, 지난해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 HACCP인증 심사가 의무화되며 선별포장업을 설치한 산란계농가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7일 선별포장업장 의무 HACCP인증의 내용이 담긴 ‘축산물위생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10월 8일 전면 시행됐기 때문이다. 1년의 계도기간이 주어지며 선별포장업장들은 오는 10월 7일까지 HACCP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

만일 인증을 완료치 못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됨은 물론, 1차 7일, 2차 15일, 3차 이상 위반 시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문제는 농장내 선별포장업장의 경우, 농장이 HACCP인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별포장업과 관련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데, 가공·유통단계에서의 HACCP인증 기준을 현실적으로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지역 산란계농가들 사이에서는 이와 관련해 선별포장업 허가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상황.

경북지역의 한 산란계 농가는 “산란계농장은 닭을 사육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계분, 깃털 등 오염원이 산재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더욱이 대다수의 농장들의 상황상 사육관련 업무와 선별포장업장 업무가 완벽히 분리될 수가 없다. 유통단계 HACCP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사실상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지역의 한 농가는 “선별포장업 허가 당시 HACCP 인증을 받아야 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농장자체에 HACCP 인증을 득한 상태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기존 농장 HACCP외에 선별포장과 관련해 HACCP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라면서 “현재로써는 인증 기준을 맞출 수 조차 없다. 만약 이대로 개선 없이 법이 시행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가 문제가 아니라 수억원을 들여 설비를 마련해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았지만 영업정지가 내려진다. 빚을 내 허가를 받았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부작용 지속…“시행 서두른 탓”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되게 된 원인이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선별포장업 자체가 왜곡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계획대로 선별포장업장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추진됐어야 하는데 식약처가 제도 시행을 직전 예외를 두며 생산농가에 허가를 내준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류경선 전북대 농생명과학대학장은 “처음 정부가 마련한 계란의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좋았다. 하지만 시행기간을 너무 짧게 잡은 탓에 당초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은 것이다. 원래 선별포장업의 탄생 배경이 계란의 위생, 방역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함 이었다. 농장 내부에 선별포장업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면서 “정부의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져버린 현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계란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농가가 선별포장업 허가를 득했으나 규모 등의 이유로 사실상 이를 운영키 힘든 농가들이 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당초 선별포장업 자체가 농장 외부 설치 기준에 맞춰져 있다 보니 농장 내에 업장을 설치한 농가들은 인증에 있어 애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농장 내 시설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협회서도 관계부처와 지속적인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선별포장업이 시행되면서 산란계농가들이 수억원대의 투자까지하며 업장을 설치한 만큼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관계자는 “생산과 유통을 명확히 구분해 각자의 역할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제도 시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초기의 계획대로 유통단계에서 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관계자는 “신규 선별포장업장에 대한 HACCP 인증 기한이 오는 10월까지인 만큼 어떠한 형태로든 교통정리는 필요하다”며 “설사 인증을 받더라도 운영이 불가한 업체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추가비용부담을 막기위해서라도 조속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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