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확대 전제, 공급자 판매물량 선제적 매입
산지·도매시장 수요 촉진…가격 상승 효과로
<가설>한우고기 할인판매 행사는 어떠한 과정으로, 어떠한 영향을 한우산업에 미치는가?
<검증>한우 사육두수 증가 및 소비 부진으로 한우 가격이 하락 기조로 접어든지 수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금년 2월 한우자조금을 통한 할인판매 행사사업을 대표적인 안정화 방안으로 내세워 대대적인 한우 수요 촉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계획대로 할인판매 행사는 이행되고 있는 상황이다(‘2023년 한우 수급 안정 대책’ 참조).
수급 안정을 목적으로 할인판매 행사를 처음으로 사업화하여 추진한 시기는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한우 가격이 급락하였던 2011년부터이다. 대부분의 한우농가들은 그 당시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예상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으며, 지금의 할인판매 행사에도 그 당시만큼의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대가 큰 만큼 할인판매 행사가 어떻게 한우 가격 상승에 기여를 하는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 저자는 생각한다. 추측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할인해서 판매하면 당연히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다’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많은 효과들이 있고, 한우산업 시장구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우선 할인판매 행사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한우산업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한우산업의 시장구조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한우산업은 산지(밑소)시장, 도매(도축우)시장, 소매(한우육)시장 이렇게 크게 3개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상호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각 시장에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는데, 산지(밑소)시장에서 공급자는 번식농가, 수요자는 비육농가이다. 도매(도축우)시장에서 공급자는 비육농가, 수요자는 유통업자이며, 소매(한우육)시장에서 공급자는 유통업자, 수요자는 소비자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비육농가와 유통업자인데, 각각 두 개의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역할을 겸임하고 있으며,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할인판매 행사를 시행하게 되면 지금의 한우산업 시장구조에서 순차적으로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살펴보자.
① 할인판매 행사 추진(할인을 통한 차액지원)을 공지(업체모집)하게 되면 소매시장에서 공급자인 유통업자는 지원예산에 따라 사업(판매) 물량을 결정하게 된다. ② 이 유통업자는 도매시장에서 수요자가 되어 사업 물량에 해당하는 도축우를 공급자인 비육농가로부터 매입하게 된다. ③ 이 비육농가는 도축우를 출하하고, 다시 산지시장에서 수요자가 되어 공급자인 번식농가로부터 밑소를 매입(입식)하게 된다.
요약하면 할인판매 행사는 판매(소비)가 확대(증진)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판매물량을 선제적으로 매입함으로써 도매시장(도축우)과 산지시장(밑소)에 각각 수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도매가격과 산지가격에 상승효과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그림2 참조). 당연히 지원예산(사업 물량) 및 당시 수급상황에 따라 이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가격 하락기에는 소비를 촉진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지만, 가격 상승기에는 오히려 공급을 더 부족하게 만들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한우자조금은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할인판매 행사사업을 추진해왔다(누적 판매액 약 1조원, <표1> 참조). 2024년까지 도축두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농업관측센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자조금은 지금까지 전례 없는 대대적인 할인판매 행사를 금년에 계획하고 있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할인판매 행사사업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한우산업의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보다 중장기적인 수급안정 대책도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