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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이일호 기자의 이런말, 저런생각> 구제역, 양돈 현장은 안녕하십니까.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한우농가에서 4년만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당장 한우농가와 산업에 미칠 경제적 피해도, 피해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언제 빠져 나올지 모를 경기침체 속에서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부정적 이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각 언론매체들의 주요난을 장식,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해진 국민들에게 악성 가축질병 발생 소식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법률로 의무화된 백신접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만큼 그 배경을 떠나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확산될 수 밖에 없고, 예상을 넘어서는 후폭풍이 축산업계를 강타할 가능성 마저 배제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굴직한 사회적 이슈에 묻혀 하루라도 빨리 구제역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수그러 들기를 바라는 목소리 마저 나오고 있다.

 

돼지 감수성 강한 바이러스

19일 현재까지 발생은 없지만 양돈현장 역시 초긴장모드에 돌입해 있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이 소보다 돼지에게 더 감수성이 강한 O형 바이러스로 알려진 반면 구제역 백신의 경우 애당초 개발 과정에서부터 돼지보다는 소에 더 최적화 돼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위기감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대부분 양돈농가들은 백신 접종의무 자체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양돈장 구제역이 발생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백신 효과에 따른 것일 뿐 접종을 하지 않아 문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질병 보다 무서운 과태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건 비단 필자만의 기우일까.

그동안 백신접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구제역이라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과태료 등 행정처벌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현장의 반응을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자연히 방역당국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백신 접종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 과정에서 2회 접종이 아닌, 1회 접종에 그친 사례도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 도 가능해 진다.

이번 구제역 발생 직전까지만 해도 양돈 및 수의업계 일각에서 돼지 구제역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상육 등의 폐해를 지적하며 ‘백신중단론’ 이 제기돼 왔던 것도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내심 오랜 기간 구제역에 대응해 오며 바이러스의 독성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치료도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담겨져 있는 듯 하다.

 

다양한 의견 존중하지만...

양돈산업의 현안이기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다. 다만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백신중단론이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만약 백신중단이 이뤄진 상태에서 이번처럼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치자. 공기전파가 이뤄지는 구제역의 특성상 살처분과 이동제한에 이르기까지 ASF와는 차원이 다른, 정부의 강력한 방역 규제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사육돼지의 30%가 살처분되며 국내 양돈산업의 생태계가 위협받았던 지난 2010년 안동발 구제역과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는 여전히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고, ‘북한 리스크’ 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백신중단론이 국내 구제역 방역체계의 일대 전환을 궁극적인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고 해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간 우리 정부의 행보를 생각해 보면 전 세계가 1종 가축전염병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 행보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다.

하물며 이러한 백신중단론이 단순히 의견 수준에 그치지 않고 생산자단체 차원에서 논의될 정도로 비중있게 회자됐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규정 따른 접종 필요한 시점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앞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양돈현장에서 백신접종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고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약 단 한 건이라도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국내 양돈업계는 감당키 어려운 후폭풍을 맞닥들일 수도 있다.

당장 정부가 돼지 구제역 발생의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구제역, 나아가 ASF 방역정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적절성 여부를 떠나 구제역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현행 법률에 저촉된 행위가 이뤄졌다면 백신효과나 이상육 피해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학적인 논리도 국민들에게는 한낮 변명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고, 우리 양돈산업계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정부와 법률에 따라 백신접종이 이뤄졌음에도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돼지 구제역 백신과 관련한 폐해나 그동안 양돈업계에서 제기해 온 다양한 요구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언제부터인가 국내 양돈업계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산업’을 강조하고 있다.

각종 비현실적인 규제로 인해 한돈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어찌보면 유일한 방법이 바로 국민적 공감대라는 간절함과 진심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막상 현안에 부딪히게 되면 당장의 현실적인 부분만 강조할 뿐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해하기 힘들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및 정책으로 인해 양축현장이 어렵고 힘든 것은 잘 알고 있다. 최근 구제역 발생과 함께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우제류 일제 백신접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충분히 이해한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백신접종을 한 농가들 입장에선 이상육 피해가 뻔히 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중복 접종이라는 정부 방침에 당연히 혈압이 올라갈 것이다. 다만 단 1% 라도 백신접종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감안, 백신접종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긴급한 상황이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요구하는 게 지금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대응이 아닐까 한다.

넓은 시각에서 양돈현장의 냉정한 대응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양돈농가들의 현실과 요구를 흘려들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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