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무항생제‧동물복지‧MAP 등 한발 앞서 시장선점
‘축산라이프기업’ 도약…다채로운 미식 경험 제공케
브랜드 육성이라는 정부의 양돈정책 기조와 함께 크고, 작은 돈육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던 지난 2004년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경기도 여주 ‧ 이천의 양돈인들이 수평적 계열화 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또 다른 돈육 브랜드의 출범을 알린다.
이후 대형 패커 주도하의 급속한 양돈 시장 개편 추세 속에 수많은 중소 돈육 브랜드가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이 브랜드만은 예외였다.
시장의 요구와 소비트렌드를 한발 앞서 현실화, 국내 프리미엄 돈육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브랜드로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며 이제는 성년으로서 첫 발을 내딪게 된 농업회사법인 돈마루(회장 이범호)의 이야기다.
외형 보다는 철저한 차별화
돈마루는 돼지 ‘돈’(豚)자에,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마루’ 를 더해 탄생한 이름이다. 국내 양돈산업의 정상에 서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담았지만 여느 브랜드와는 그 접근 자체가 남달랐다.
외형 확대 보다, 대형패커들 마저 주저하는 새로운 도전과 차별화 된 제품으로 돈마루만의 DNA를 시장에 전파해 온 것이다.
그 결과 2023년 한해에만 판매두수 9만3천두, 매출 85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지난 20년간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생돈 판매 71만두 ▲정육판매 1억3천만톤 ▲MAP 1천655만팩 ▲해외수출 200만달러 등 ‘강소기업’ 이라는 출범 당시 목표에 부족함이 없는 유의적인 결실을 일궈냈다.
생산이력제 최초 도입 '눈도장'
실제로 돈마루의 지난 20년은 그 시작부터 새로움에 대한 고민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출범 원년인 지난 2004년 사명과 동일한 브랜드로 돈육 시장에 진출한 돈마루는 동종업계 최초로 생산이력제를 도입, 바이어와 소비자의 ‘눈도장’ 을 찍은 데 이어 같은 해 제대로 된 1호 브랜드 ‘벌침맞은 우리돼지’를 선보였다.
‘벌침맞은 우리돼지’는 사육단계의 실질적 항생제 감소 노력을 뒷받침하는 결과물이었던 만큼 사료 첨가제를 활용한 기능성 브랜드의 춘추전국 시대였던 당시 돈육 시장에 돈마루가 첫 등장부터 차별화 되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무엇보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관심이 높았던, 그러나 무항생제 인증 기준 조차 명확치 않았던 시기 ‘친환경 브랜드’ 라는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시키며 폭발적 성장세의 마트형 대형유통점 및 지역대리점을 통해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대형유통점 최초 소포장 독점 공급
이 과정에서 신세계백화점과 풀무원 올가홀푸드 등 친환경로드샵 입점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킨 돈마루의 고급화 전략은 지난 2007년 정부의 무항생제 기준 도입과 동시에 무항생제 인증 브랜드 런칭으로 이어지며 돈마루 정체성이 시장에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비단 제품 생산 뿐 만이 아니다.
돈마루는 유통 단계에서도 차별화를 도모, 지난 2007년 충북 제천 육가공 공장에 당시에는 생소했던 MAP(가스치환 포장) 생산라인을 도입했다. 바이어들 조차 그 시장성을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형유통점 최초의 소포장 독점 공급사라는 지위를 돈마루에게 부여하며 온라인 유통채널 진출은 물론 새벽배송 1호 입점 브랜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강소기업 강점 극대화
특히 지난 2015년에는 회원농장인 성지농장의 경기도 최초 동물복지 농장 인증 획득과 함께 동물목지 인증 돈육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가치를 다시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성지농장은 현존 하는 최초 ‧ 최장수 동물복지 농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지난 2020년에는 홍콩 수출에 착수, 이듬해인 2021년 제58회 무역의 날에 ‘백만불 수출탑’까지 수상하며 또 한번 국내 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넘버원’이 아닌, ‘온니원’을 표방하는 돈마루만의 DNA로 시장을 선점, 강소기업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육기반 가장 큰 뒷배경
돈마루의 차별화, 고급화 전략은 양돈선진국인 유럽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무항생제, 동물복지 인증을 국내에서도 실현해 낼 수 있었던 회원농가들의 열린 마인드와 건강한 사육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사양관리 기술과 시설 모든 면에서 시대 흐름 및 시장요구에 맞는 변화를 즉각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이들 회원농가들은 돈마루의 뿌리이자, 핵심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유통가공 시스템도 돈마루를 든든히 지탱하는 기둥으로 부족함이 없다.
정부의 거점도축장으로 지정된 박달재 LPC와 지난 2007년 인연을 맺은 돈마루는 도축장과 급냉터널로 직접 연결된 제천 육가공 공장을 통해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1차 부분육, 2차 세절육 가공 생산과 관련한 전 과정 ‘원스톱’ 처리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브랜드 도전
성년이 된 돈마루는 이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외형 확대를 쫓기 보다, 새로운 유통채널 발굴과 기존에 없던 과감한 협업 모델 개발로 다양한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플렛폼을 갖춘 ‘축산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통해 돈육의 구매와 조리, 취식에 이르는 전 과정에 개입하는 생활밀착형 브랜드로의 자리매김을 꿈꾸고 있는 돈마루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2019년 사업개발부 신설을 계기로 돈마루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도 사명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한 새로운 로고와 함께 ‘다채로운 미식의 경험’(Colorful Meat Experience)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돼지를 130kg까지 천천히, 오래키워 맛과 풍미를 극대화 한 ‘돈마루 130’과 우리 재래돼지의 맥을 잇는 ‘돈마루 우리흑돈’ 브랜드도 새로이 선보였다.
생고기에 집중돼 있던 카테고리를 육가공품으로 확대, ‘행복햄’ ‘성지농장 돈가스’는 물론 프랑스의 샤퀴테리 명문가를 표방하는 ‘부댕부댕’ 브랜드에 이어 갈빗살과 앞다리살 이용한 스튜브랜드 ‘보일드미트’ 를 속속 런칭하는 등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높은마루'서 '대청마루'로
돈마루가 가장 잘하고, 돈마루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통해 기존의 ‘높은 마루’ 에서 농가와 소비자를 잇는 양돈산업의 ‘대청 마루’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는 돈마루의 행보는 양적 성장의 한계속에서 돌파구를 필요로 하는 국내 양돈산업계에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인터뷰>돈마루 정상영 부사장
"기존 틀 벗어난 밸류체인이 미래 성장동력"
“1등만 기억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늘 이슈화를 고민해 왔다”
돈마루가 걸어온 지난 20년을 이 한마디로 정리하는 정상영 부사장.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바이어 부터 설득해야 한다. 무엇이 다른지, 혹은 얼마나 싼지 끊임없는 어필이 필요하다”는 그는 “이 가운데 돈마루는 전자에 초점을 맞춰왔다. 출범 원년부터 지금까지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와 인연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어느 기업 보다 민감하게 반응, 한발 앞서 새로운 상품 개발에 올인해 왔던 노력은 어느 새 돈마루만의 DNA로 자리매김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절대 요건을 확보한 것이다.
정상영 부사장은 “이제는 대형 패커 뿐 만 아니라 첨단 IT기술로 무장한 육류 스타트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며 “기존에 익숙한 생산 방식과 제품 규격을 따르기 보다, 경계를 벗어난 제품 기획과 유통, 마케팅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우리 땅의 가장 좋은 축산물로 다채로운 미식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돈마루가 제시하는 미래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저탄소 인증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돈마루는 규모로 승부하는 기업이 아니다. 특별함을 찾는 모든 이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신유통채널을 확보, 내실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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