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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인/ 포항축협-지역농협, 농협사료 공동배송

가슴열고 소통…포항축산 발전 디딤돌 놓아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협동조합 간 협동으로 지역 내 사료시장의 혼란을 잠재운 곳이 있다. 포항축협은 2년 동안 공을 들여 포항지역 사료창구를 일원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사료를 취급하는 지역농협들을 농협사료 공동배송 시스템 안으로 참여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포항에선 가격을 비롯한 사료관련 민원이 한방에 해결됐다. 포항축협이 농협사료 울산지사와 함께 가동하고 있는 공동배송 시스템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구축되고 어떤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따라가 봤다.

 

포항축협-장기농협·신포항농협·서포항농협 MOU
사료가격 통일해 민원 해소…축협으로 창구일원화
농협사료 울산지사 발 빠른 대응도 시스템 구축 한 몫

 

포항의 지역농협 9곳 중 배합사료를 취급하는 곳은 3개 조합이다. 서포항농협과 신포항농협, 장기농협이 사료를 취급한다. 이들 농협은 농협사료도 구매하지만 일반회사 사료도 함께 취급하기도 했다. 사료사업에 있어선 그동안 포항축협과 경쟁 관계를 형성해왔다고 볼 수도 있는 조합들이다.
그러나 이제 불편한 관계는 옛말이 됐다. 포항축협(조합장 이외준)을 정점으로 배합사료 공동배송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장기농협(조합장 서석영)은 2011년 11월 포항축협과 배합사료 판매계약을 맺고 가장 먼저 공동배송에 참여했다. 포항축협이 사료창고를 철수하고 장기농협 경제사업장에 사료를 이관하는 방식이었다. 포항축협은 그 뒤 신포항농협(조합장 권영준)과 2012년 7월, 서포항농협(조합장 권태현)과는 2013년 7월에 각각 배합사료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장기농협과 손잡고 시작한 농협사료 공동배송사업이 포항지역 사료취급 지역농협 전체의 참여로 2년 만에 완성됐다. 신포항농협은 월 400톤, 서포항농협은 월 300톤의 사료를 취급하고 있다. 그 물량이 고스란히 축협물량으로 합쳐지고, 일부 일반회사 이용물량까지 농협사료로 전환됐다.
공동배송 시스템 구축에는 이외준 조합장을 비롯한 서석영 조합장, 권영준 조합장, 권태현 조합장의 통 큰 결단이 숨어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한 발 양보하는 협동정신이 이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며 사업협력이라는 신뢰로 나타났다. 포항축협은 서포항농협이 망설이지 않고 공동배송 사업에 동참하자 직영하고 있는 한우플라자 2곳에서 쓰이는 쌀을 전량 서포항농협의 친환경 쌀로 교체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배합사료 뿐 아니라 쌀까지 협력범위가 넓혀진 것이다.
배합사료 공동배송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포항지역 축산농가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동일한 사료가격 적용으로 서로를 비교하는 일이 없어졌다. 조합별로 달랐던 사료가격이 하나로 통일되면서 민원이 사라졌다. 조합 간에 있었던 알력과 불신도 당연히 없어졌다. 또 하나의 변화는 포항지역에서 농협사료를 이용하는 모든 농가들의 이용고 배당률이 같아졌다는 점이다. 축협과 농협 특성상 달랐던 이용고 배당률이 통일되면서 당장 올해 결산부터 그동안 지역농협을 통해 사료를 이용했던 농가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포항축협의 이용고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장 장려금도 올랐다. 포항축협은 지역농협과 판매계약을 맺으면서 포당 350원의 판매장려금을 보장했다. 320원이던 판매장려금에 포항축협이 30원을 더 올린 것이다.
포항축협은 이와 함께 6월 정기이사회에서 특단의 농가지원대책을 마련했다. 7월1일부터 사료를 구매하는 농가에게 이용금액의 3%를 구매지원금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려운 축산농가에 대한 환원 차원에서 긴급예산 1억원을 책정하고, 자금이 모두 소진될 때 까지 지원하고 있다.
배합사료 공동배송 시스템이 축협과 농협에 안겨준 이익을 또 있다. 우선 불신과 갈등이 사라지고 우호적인 업무협력 관계가 형성됐다. 협동조합 간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더 이상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사업 효율성도 높아졌다. 당장 포항축협은 주말에도 문을 여는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장(사료창고)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역농협에서 비료를 배달할 때 사료도 함께 싣고 가는 일도 가능해졌다. 민간사료를 파는 지역농협이 없어졌다는 점도 포항축협으로선 큰 부담을 덜게 됐다.
지역농협을 통해 사료를 구매해왔던 농가에겐 더 큰 변화가 생겼다. 거세, 초음파 육질진단, 이표장착 등 20명의 지도인력을 가동하고 있는 포항축협의 서비스를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출장비 부담 없이 포항축협 수의사들의 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장점이다.
농협사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조합별 시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농협사료로 전환되는 물량까지 더하면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시장 혼란이 없어지고 농가들의 불만이 해소됐다는 점은 적지 않은 무형적 효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포항지역 공동배송 시스템은 축협이 농협의 주문을 받아 농협사료 울산지사(지사장 김인대)에 물량을 발주하면 울산지사가 지역농협 창고로 물량을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 중이다. 지역농협에도 기표가 되지만 전체물량은 축협으로 잡히는 방식이다. 결국 축협으로 사료의 접수와 민원창구가 일원화된 셈이다.
지난 21일 포항에서 만난 세 명의 지역농협 조합장은 이구동성으로 “포항지역의 사료사업으로 인한 혼선을 축협이 정리해줬다. 이젠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됐다. 포항축산 발전에 협동조합이 한 마음이 됐다고 조합원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합장들은 포항축협이 사료사업에 애를 많이 쓴다며 농협사료 본사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유무형적 효과 상당해

>>인터뷰 / 이외준 포항축협 조합장

 

“서로가 가슴을 열고 대화하면서 협동의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열정과 의지에 감사드린다. 협동조합 간 상생모델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항상 소통하며 협력할 생각이다.”
포항축협 이외준 조합장은 “농협사료 공동배송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포항지역 사료시장이 통일됐다. 당장 민원부터 없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한우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규모 번식농가들과 축협의 공감대 유지 효과도 적지 않다. 이런저런 효과를 모두 계량화할 수 없어서 그렇지 포항축산과 축협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조금 손해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지역농협 조합장들과 협의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이 조합장이 처음 공동배송을 생각한 것은 2011년. 장기지역에 사료창고 짓고 이용하는 방안을 놓고 여러 가지 부담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고 장기농협 서석영 조합장에게 제안을 하게 됐다. 이 조합장은 “같이 해보니 여러 가지 좋은 효과들이 나타나 다른 농협에도 공동배송을 제안하게 됐다”며 “포항 전체 농협사료 이용농가가 가격이나 이용고 배당 모두 통일된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품질 제고를 비롯한 농협사료 울산지사의 발 빠른 대응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조합장은 “지역농협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농협사료나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공동배송에 참여하는 농협에 대한 무이자 자금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협사료 공동배송 효과는 / 물량 규모화로 운송비↓장려금↑


상생 협력적 지역문화 구축에 도움
농가 생산비 절감·실익지원도 가능

배합사료 공동배송 시스템을 이용하면 물량 규모화로 인해 운송비가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개별배송보다 훨씬 이익이 된다는 계산이다.
농협사료는 지역농협이 일선축협을 통해 배합사료 공동배송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조합은 물론 농가까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공동배송 시스템에 따라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 농·축협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조합별로 배합사료를 구매하는 개별 배송의 경우 운송비 개별부담과 함께 구매물량에 따라 지급되는 장려금도 공동배송 보다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축협이 관내 지역농협이 구입하는 사료를 함께 배송하면 운송비도 줄이고, 장려금 수령액도 높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축산농가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예를 들어 지역축협과 지역농협이 계통사료 전이용율 100%를 기준으로 총 3만 톤의 배합사료를 개별 배송하면 같은 물량을 공동 배송할 때 보다 연간 장려금이 5천만원 정도 적어진다. 공동배송을 선택할 경우 당장 5천만원이라는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조합원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현재 관내농협과 배합사료 공동배송을 하고 있는 축협은 전북 순정축협, 남원축협, 익산군산축협, 임실축협, 경북 포항축협, 경남 거창축협, 남해축협 등 7개소이다.
농협사료 김인대 울산지사장은 “포항축협과 포항지역 농협들의 배합사료 공동배송사업은 협동조합 간 협력사업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울산지사가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배송사업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축산물 생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효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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