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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맛은 추억이요, 스토리다

 

맛은 추억이다. 어머니 손맛도 결국은 추억이다.
이를 증명할 사례로 필자가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만두의 맛이다. 만두의 맛이 어때서 그런 사례로 꼽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만두의 맛을 모른다는 것이다. 만두를 많이 먹어 보고도 만두의 맛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필자가 만두를 처음 맛 본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속리산 어느 화전 마을에 봉사활동 갔을 때였다. 그 때가 명절 전이었는지, 명절 후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특별 음식으로 만두를 먹어 봤다. 봉사 활동가서 처음 먹어 본 낯선 음식이라 그 맛이 기억날 만도 한데 기억이 안 난다. 그 이후로 가끔 만두를 먹었지만 특별히 “이 맛이야”라는 기억이 없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즉, 그것은 바로 만두 맛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처럼 어릴 적 맛의 추억이 있느냐, 없느냐는 성장한 이후 맛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일상에서 모년 모월 모일 여행 중 맛 본 그 청국장 맛, 그 순두부의 맛, 그 칼국수의 맛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굳이 특별한 메뉴가 아니더라도 그 맛이 기억되는 것은 어릴 적 그 맛에 대한 추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맛은 스토리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맛이 전적으로 어릴 적 추억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누구와 어느 곳에 가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때 ‘누구와 어느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이것이 바로 스토리다. 음식은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어떤 날에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은 혀로 받아들이는 것 보다 가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비료도 화학 비료가 아닌 가축분뇨로 만들어진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서 재배한 국산 콩으로 만든 된장이라고 하면 혀로 느끼는 맛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맛이 훨씬 강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맛이 스토리라고 하는 이유다.
서론이 길었다.
맛과 관련한 ‘추억’, ‘스토리’라는 키워드를 우리 축산물에 대입해보자. 다시 말해 맛이 추억이요, 스토리라면 우리 축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키워드를 얼마나 깊이 잘 인식하고 잘 이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우자조금의 경우 한우고기 맛에 대한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한 ‘한우고기 맛 체험’이란 사업이 있다. 사업 목적은 어린 학생들에게 한우고기 맛을 체험케 함으로써 그 맛을 잊지 말고 어른으로 성장해서도 한우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한우고기 맛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의미에서 이 사업은 긴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한우 불고기를 단체 급식하는, 이 같은 사업이 학생들에게 한우 고기 맛에 대한 어떤 추억을 안겨줄 것인가, 그 성과는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란 정도가 아닐까. 요즘 아이들이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부모들과 함께 ‘아웃백’과 같은 곳에서 수입쇠고기를 맛 본 추억과 비교할 때 과연 한우 고기 맛이 더 강하게 남아 어른이 돼서도 한우 고기 맛을 추억할 것인가. 그 답은 “글쎄”다.
우리 어린 학생 청소년들이 우리 한우 고기 맛에 대한 추억을 좀 더 강렬하게 가질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좀 더 고민해달라고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테면 생일을 맞이한 학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최고급 한우 고기를 추첨해서 선물하는 이벤트 같은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축산물 마케팅은 나름대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탤런트나 운동 선수 등 스타를 동원한 스타마케팅, 프로야구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 ‘삼삼데이’, ‘오리데이’ ‘구구데이’ 등 데이마케팅이 그런 예다.
하지만 이 또한 필요한 마케팅이긴 하지만 특별히 주목받지 못해서 아쉽다. 마케팅 아이디어가 다 그렇고 그렇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축산 자조금 관계자들의 고민도 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 개발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필자가 한 가지 제안한다면 어떤 기발한 스토리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한 스토리, 즉 ‘누구와 어디서 우리 축산물을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는 추억의 스토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맛은 분명 추억이고, 스토리다. 이 두 가지 키워드에 좀 더 집중해서, 다시 말해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우리 축산물 소비를 배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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