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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축협조합원 하한선 대폭 낮춰야

윤 봉 중<본지 회장>

 

한국경제의 화두는 규제개혁이다. 기업들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각종 규제를 풀어 달라고 아우성인데 관계당국은 게걸음이고 입법권을 쥔 국회는 남의 일인 양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많은 기업인들은 현금을 쥐고 투자를 하고 싶어도 규제의 벽에 막혀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일선조합도 사정은 다소 다르지만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합설립인가 기준 때문에 겪는 속앓이다. 현행 농협법시행령 2조 조합설립인가기준은 지역조합의 경우 1천명이상(특별시, 광역시는 300명 이상), 품목조합은 200명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설립인가기준은 1995년부터 시행된 규정으로 UR 협상타결 이후의 농업인구가 급감하고 농가경영규모마저 전업화된 농촌실정과 동떨어져 있다. 농업인구는 1995년 485만명에서 2013년 285만명으로 41% 감소했고 같은기간 농가경영주는50대에서 70대위주로 바뀌었다. 특히 축산업은 2000년대 이후 규모화 전업화가 급속히 이뤄진데다 FTA 피해보전 폐업신청농가가 속출해 이 기간동안 양축농가수가 79만호에서 14만호로 무려 82%가 감소했다. 폐업을 신청한 한우농가만 해도 1만8천호에 이르는 실정이다.
 일선조합들이 대대적인 무자격조합원 정리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대로 하면 인가기준을  충족시킬 조합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무자격자 정리에 나설 경우 조합경영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행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무자격조합원을 묵인할 경우 내년 3월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질 조합장선거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협중앙회의 반응은 미지근하고 감독당국인 농축산부 역시 가타 부타 별 말이 없으니 일선조합만 속이 탄다.
 이 기준은 현실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과잉규제이며 타협동조합에 견줄 때 형평성의 원칙 마저 어기고 있다. 타협동조합의 설립인가기준은  협동조합기본법은 5인이상, 수협법은 200인이상이며 일본농협은 15인 이상으로 돼있다. 농협이라고 해서 조합원 하한선이 타협동조합에 비해 수십, 수백배 높아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은 과잉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수단이 적합해야 하며 침해정도가 최소화 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농민의 자조조직인 협동조합에 이러한 대못을 박아 놓은 것은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헌법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조합설립인가 기준은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 업종별 특성이 감안되어야 하겠지만 최근 일선조합 관계자들이 말하는 지역조합 200인, 특·광역시와 같은 대도시 조합 100인, 품목조합 100인 정도가 적정선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소수의 젊은 농가가 주도하는 농촌실정과 전업화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완화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미룰 일은 더 더욱 아니다. 타 협동조합과의 형평성이나 당면한 농촌실정 등 명분도 차고 넘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기준완화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협동조합 일각에서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일선조합 구조조정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적 방치’라는 것이다. 조합설립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문제가 이런 의혹으로 까지 번지는 것은 전적으로 중앙회와 감독당국의 책임이다. 일선조합의 설립기준문제를 대하는 중앙회와 감독당국의 모습에서 규제개혁에 미온적인 정부와 민생법안심의를 아예 내팽개친 국회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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