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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아이스크림, 웰빙 유제품이 되려면

 

윤성식 교수(연세대학교)

 

지난 달 명절 연휴동안 학회 참석차 미국 동부의 한 도시를 방문하였다. 제일 먼저 근처 대형 매장에 들러 유제품 코너를 찾아가 이것저것 신제품을 살펴보고, 한참 동안 미국인들이 유제품을 구입하는 모습을 흠칫흠칫 지켜보았다. 필자가 미국에 갈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다. 양손에 꼬마를 데리고 온 엄마가 장바구니에 넣는 프로바이오틱(probiotic) 아이스크림을 보고 문득 국내 아이스크림 산업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이스크림은 전형적인 여름철 음식이다. 터키나 이탈리아에서는 “젤라또(gelato)”라는 다른 이름이 붙어 있지만, 유제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다. 일반인에게 크림(cream)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어렴풋이 지방덩어리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식품학적으로 크림이란 우유로부터 분리한 특별히 지방이 많이 포함된 우유를 지칭한다. 갓 짜낸 우유를 통에 넣고 정치하면 우유 중에 함유된 지방구들이 물보다 가벼운 비중 차 때문에 천천히 위로 떠올라 약간의 점성을 가진 크림층이 생긴다. 이것을 따로 모은 것이 바로 크림이다. 유가공장에서는 크림분리기라는 일종의 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분리 작업을 수행한다. 축산물위생처리법에서 크림은 지방 함량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구분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이용하는 크림은 지방함량이 대략 30% 내외 들어있는 식탁용 크림이다. 우유에 크림과 설탕을 첨가하고 공기를 주입하면서 얼리면 유제품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우유를 가공하여 얻을 수 있는 많은 제품 중에서 치즈가 “유제품의 왕(King)”이라면 필자는 이처럼 달콤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랑스런 “유제품의 공주(princess)”라 칭하고 싶다. 그 외관과 향기, 황홀한 맛이 가히 일품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처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성경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글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은 아랍이나 서양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아이스크림은 기원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유에 꿀과 눈(雪)을 넣어서 먹었던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의 비밀음식을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그의 저서 “동방견문록”에 기술하면서 유럽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이 눈처럼 생긴 꿀물우유는 서양 귀족들이 이용하는 음식이 되었고, 그 후 식품을 얼리는 냉동기술과 접목하여 오늘날의 아이스크림으로 변천하였다.
우유나 크림을 이용하여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려면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이 필요하다. 지방이 많은 식품이다 보니 우선 유화제를 넣어야 하고 공기의 기포를 포집, 유지시켜주는 안정제가 필요하고, 점성을 부여하는 증점제, 식용색소와 향료 등이 첨가되는 것이다. 마치 공주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사치스런 옷을 입히고 향수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부원료로 쵸코, 바닐라, 민트, 녹차, 생과일 등도 추가로 첨가되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한 아이스크림 제품의 성분배합표에는 우유 이외에 백설탕, 야자유, 탈지분유, 물엿, 유청분말, 구아검, 정제염, 증점제, 유화제, 카라기난, 로커스트콩검, 합성착향료(바닐라향, 밀크향), 색소(치자황색소, 코치닐추출색소, 비트레드) 등 많은 첨가물들이 들어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처럼 많은 첨가물의 사용이다. “입이 즐거우면 몸에 해롭다”는 격언이 있고 현대의 현명한 소비자들은 이 격언을 놓칠 리 없다. 그들이 선호하는 식품소비 트렌드는 단연 웰빙(well-being)과 유기농이다. 따라서 모든 가공식품에서 식재료의 천연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법에 허용된 함량이내에서 사용하면 식품첨가물이 건강에 해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허용된 색소, 조미료, 유화제뿐만 아니라 환경에서 오염된 식품을 꺼려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무설탕(sugar-free), 무첨가물(non food-additives), 유기농(organic)이라고 선전하는 제품 광고가 허다하다. 이것은 근자에 식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아이스크림이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안정제와 유화제 그리고 과일 등 각종 첨가물들이 인체에 좀 더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18C 이하에서 동결시킨 제품이므로 식품위생법에서 기술적으로 유통기간을 정하기 힘들다. 국내에서 아이스크림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매우 부진하다. 얼리면 안전하다는 냉동식품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미생물학적 기준과 품질의 열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시한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제조일자와 보증기간(BBD: Best Before Date)에 대한 자가 기준·규격을 정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여름 모회사의 ‘눈꽃 빙수’라는 제품이 더운 여름 큰 인기를 얻어 폭발 성장을 하였다. 요즘처럼 우유 판매가 부진한 시점에 우유를 사용한 제품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우유급식이 없는 여름방학 기간 중에 불티나게 팔려 나가 분유재고로 걱정하던 참에 한줄기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조업체 종업원의 비위생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의 사용, 제빙기의 불량한 위생상태가 매스컴을 탔다. 게다가 해당 프로그램은 10여 개 빙수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음을 폭로하였다. 이것이 유가공업계에 울리는 경종이 되어야 하고, 타산지석이 되어야 한다. 국내 아이스크림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각종 첨가물의 사용량을 가급적 줄이고 친환경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식자재 관리를 엄격히 준수하는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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