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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원유 생산비 절감 해법, 논에서 찾자

 

황병익  회장(동물자원과학회  낙농연구회·농도원목장 대표)

 

어떤 산업이든 그 사회의 요구와 필요성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산업이란 없다. 낙농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낙농산업이 이 땅에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지난 70 여년 동안 낙농산업도 소득 증대와 더불어 국민건강과 청소년 성장식품으로서의 필요가치를 인정받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 해 왔다.
그 결과 이제 낙농산업 규모는 2조 1,336억원 으로 성장하였으며,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71.3kg으로 우리의 주식인 쌀 소비량 69.8kg을 추월하였다. 낙농가들의 생산성도 착유우 두당 산유량이 9천kg에 육박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겉으로만 본다면 우리 농업분야에서 낙농산업 만큼이나 모범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생산 및 유통시스템을 갖춘 분야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끝없이 증가 할 것만 같던 우유소비가 10여 년 전부터 정체되기 시작했고 시유소비는 오히려 10년 전 보다도 감소하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산비로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우리 낙농은 이미 오래 전에 국제가격경쟁력을 상실하였고, 시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제품시장을 값싼 수입유제품에게 내 주고 있다. 이제 우유자급률은 과거 80~90%에 달하던 것이 58.4%(2013년 기준)에 그치게 되었다.
시유시장만을 바라보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낙농의 특성 상, 시유소비의 감소는 국내 낙농생산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낙농가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젖소 사육두수도 20%나 줄었다. 낙농은 국내에서 지난 10년 간 유일하게 사육두수가 줄어든 축종이다.
원유생산량도 2002년에 년간 253만톤 생산하던 것이 2013년엔 209만톤 생산에 그쳐, 낙농산업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자급률까지 줄어드는 사양산업 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우리 낙농산업이 이렇게 까지 위축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에서 기인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목장이 마당낙농으로 수입 조사료에 의존하여 우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높은 생산비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수입조사료에만 의존하는 낙농형태는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반 축산 분위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얼마 전 공영방송인 MBC에서 방영된 ‘육식의 반란’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낙농업을 비싼 외화로 건초까지 수입하여 이 땅에다 젖소의 똥과 오줌을 뿌리는 반 환경산업이라고 했다.
이제 낙농업에서의 조사료 생산은 젖소의 사료가치뿐 아니라 이 산업의 본질인 우유생산과 분뇨처리의 정당성까지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작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사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금처럼 수입 조사료에만 의존하여 낙농을 계속하게 된다면, FTA로 물밀듯이 들어오는 값싼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 뿐 아니라 낙농업의 존립기반 자체를 지킬 방법이 없다. 정부는 최근 영연방 3국과의 FTA추진에 따른 낙농경쟁력 강화대책의 하나로 ‘산지축산 활성화’를 정했고 기본모델을 정립하기 위하여 시범사업을 2014년 9개소에서 2015년 20개소까지 늘려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산지축산정책을 6차 산업으로까지 발전토록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보아 산지축산은 조사료 생산과 경관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산지축산은 경관보존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초지를 조성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하고와 장마로 인해 초지를 관리하기가 젖소를 기르기보다 더 어렵다. 산지축산정책은 이미 70~80년대에 시도하여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다. 더구나 시대환경이 변한 지금, 산림을 훼손하여 젖소가 먹을 풀을 생산하겠다는 시도가 과연 설득력과 현실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조사료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그 곳은 바로 우리 주변의 논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논만이 유일하게 충분한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면적을 가진 농지이다.
우리나라 전체 논의 면적 96만 6천 ha 중 1/5에만 벼 수확 후에 호밀이나 청보리,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 월동작물을 심는다면, 전국 약 25만 두의 경산우에게 두당 사료건물(DM)로 10kg이상의 공급이 가능하여 조사료를 거의 100% 가까이 자급할 수 있다.  논에서 조사료를 생산하는 답리작은 조사료생산 이외에도 늦가을부터 봄까지 농촌경관을 녹색으로 유지시켜주는 경관보존의 기능도 있다. 더구나 가축분뇨를 농지로 환원시켜줌에 따라 낙농 뿐 아니라 축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분뇨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답리작의 복합적 효과는 이미 호남지역에서의 청보리 생산으로 많은 성공을 거두었고 정부 뿐 아니라 협동조합과 관련기관도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FTA 대책에는 산지축산만 있었지 답리작활성화방안이 빠져있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논에서의 대대적인 조사료 생산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우선 실제 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조사료의 품종개발과 지역별 수확량 실험 그리고 논에서의 가축분뇨 시비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하고, 조사료 생산이 논농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양자 간에 이해의 합의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런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것이 정책과 제도의 역활이다.
정부가 사료자급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백년대계의 정책을 세우고 답리작을 통한 조사료 생산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주길 바란다.
다행히 WTO체제하에서 각국이 맺은 의무이행과정에도 어메니티나 환경에 관한한 비교적 관대하여 농가에 대한 직접지원(직불제)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수입조사료에서 벗어나 원유생산비를 낮추려는 낙농가의 전향적인 자세만 있다면 답리작을 통한 조사료 100% 자급도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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