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규 수의학박사(도드람양돈농협)
몇 년째 농장에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 지난봄부터 농장 정리, 정돈을 하는 OK운동을 농장에 도입하면서 처음엔 갑자기 일이 많아져 억지로 참여했던 직원인데 요즘은 농장 입구부터 창고, 돈사내부까지 스스로 찾아서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 정돈을 한다.
지난주 농장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런 말도 들었다. “기분이 좋아졌어요. 생산관리도 OK운동을 하고 싶어요. 직원들 숙소도 아주 깨끗해졌어요.”
농장에 가면 한두 차 정도는 치워야할 것들이 나온다. 보온덮개, 비닐, 사료포대, 구멍 난 급이기 등등. 농장에서 쓰는 드라이버, 망치 등 각종 공구는 몇 개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 조그마한 편의점에만 가도 원하는 것을 금방 찾을 수 있게 정돈되어 있고, 재고가 얼마 있는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연간매출액이 몇 억, 몇 십억 하는 기업 같은 농장에서 이런게 안 된다니.
농장은 아이들 뛰노는 어린이집처럼 깨끗하게, 되도록 정리 정돈, 위생관리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편의점 정도의 정리, 정돈에 재고관리가 돼야 내 농장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쓸 것과 못 쓸것, 안 쓸 것을 구분해 버릴 것은 버리고 나머지는 종류별로 구분해 보관하도록 하자. 이런저런 것이 섞여있으면 찾기도 힘들고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찾지 못해서 또 사야하면 돈도 들어간다.
둘째, 직원 숙소부터 깨끗하게 만들고, 정리 정돈을 해서 아름답게 가꿔보자. 직원 숙소가 깨끗하고 쉴만한 공간이 되면 일 효율은 저절로 올라간다. 누가 봐도 살고 싶은 숙소를 제공하는 일은 경영주가, 그런 숙소를 청소하고 정리 정돈해서 기분 좋게 유지하는 일은 직원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
셋째, 농장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계기와 자극, 올바른 방법이 필요하다. OK운동은 이런 농장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농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시스템으로 OK운동을 농장마다 시작하기 바란다.
농장이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생산관리도 정리, 정돈, 표준화가 되어 자연스럽게 성적이 오른다. 근무환경과 분위기가 좋아지면 직원들이 정착하게 되어 경영성과도 오르게 된다.
직원들 입장에서 농장을 옮기는 이유, 농장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 중요한 하나가 주거환경과 농장 분위기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성적이 좋고, 직원의 변화가 없는 농장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직원숙소이고, 농장 입구, 사무실, 창고의 정리 정돈 상태이다. 이 정도만 봐도 농장의 성적과 경영상태,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생각만 하지 말고 큰맘 먹고 지금 이 순간부터 실천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