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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축산업계는 위기감지 능력을 상실 했나

 

윤봉중 회장(본지)

 

사육거리제한, 협동조합 지주회사화
축산업 사활을 좌우할 사안임에도
업계는 천하태평…위기의식 안보여

 

생명체는 비록 미물(微物)일지라도 위기를 감지하면 바로 방어모드로 전환한다. 말하자면 생존본능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이 나타나면 몸에 가시를 곤두세우거나 악취를 풍기고,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징후가 보이면 무리를 지어 안전지대로 대피한다. 생존본능이란 게 비단 생명체에만 해당되겠는가. 기업도 불황에 직면하면 본능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와 신사업 발굴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간다.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망(亡) 한다. 이런 것이 자연계의 질서고, 경제현장의 엄혹한 현실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축산업을 바라보면 혹 위기감지와 같은 생존본능이 작동을 멈춘 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마치 센서가 고장 난 로봇청소기가 연상케 될 때도 있다. 심한 말일지는 모르나 업계의 모습은 천하태평이다. 과연 태평성대일까.
최근 정부가 ‘지자체 가축사육제한 조례 제·개정관련 권고안’이란 걸 내놓았다. 무허가축사개선대책의 일환이란 거창한 배경 하에 환경부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합동으로 의뢰한 연구용역인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땅에서 축산, 특히 양돈, 양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양돈의 경우 민가로부터 반경 1km(현재는 500미터)이내는 사육제한지역이 된다. 정부관계자의 말대로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안이라지만 지자체가 권고안보다 완화할리 없는 것이고 보면 현실적으로 양돈업은 접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축산업계의 대응은 딱히 무엇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드러난 것이 없다. 과문(寡聞)한 필자가 정중동(靜中動)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라면 다행일 텐데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업계의 안이한 인식의 문제일까. 이 권고안의 특이한 점은 한·육우와 젖소의 경우엔 현행보다 완화하는 은전(恩典)마저 베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안 된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범 축산업계의 공동대응을 어렵게 하려는 환경당국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런 거라면 절묘한 한 수일 것이다.
사육거리제한은 중소가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랑이가 사는 고개를 넘을 때 처음엔 한 쪽 팔을 떼 주다가 결국엔 사지(四肢)를 모두 주어야 하는 민담(民談)처럼 다음 타깃은 대가축이 아닐까.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축산으로 인해 주거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친환경시설과 같은 보완책만 마련된다면 기준을 달리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이 권고안은 그야말로 ‘무조건’이다. 그러니 대책 없이 관망하는 업계의 모습이 이해 안 될 수밖에.
대책이 없기는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2017년이면 모두 지주회사로 이관되어 농업경제지주로 완전 개편된다. 소위 협동조합이 재벌형 기업집단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중앙회는 물론이고 이로 인해 새로운 경쟁상대를 맞게 될 회원조합에서 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이 역시 정중동을 몰라 본 필자의 과문 탓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물론 협동조합인들이라고 왜 걱정이 없겠는가마는 이쯤 되면 걱정을 넘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주다 뭐다 재벌놀이가 아니라 연합회로 가는 것이 정답 아닌가. 지금의 이 개혁을 밀어붙인 쪽은 농협신용부문과 개혁실적에 쫓긴 정부였지 협동조합의 주인이 아니지 않은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이 소용없듯이 걱정만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 축산을 둘러싼 이 두 가지 사안은 답이 너무도 뻔하다. 축산업계는, 그리고 일선축협은 그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천천히 데워지는 물에 적응해가는 개구리가 연상된다면 심한 말일까. 적어도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결코 심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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