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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인수공통질병 예방 ‘One Health’ 구축 절실

  • 등록 2015.07.22 10:34:23

 

박용호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인수공통전염병이란 동물과 인간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을 개발할 때마다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이 계속 출현해 왔다.
이러한 신종 전염병의 출현과 유행은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 위협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인체 감염병의 60%가 동물에서 유래되며 특히, 새롭게 발생하는 질병(emerging diseases)의 75% 이상이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이라고 밝히고 있다.
몇 년전에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던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 신종플루 등과 함께 최근 메르스 (MERS)의 발생을 계기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일반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의학과 수의학 연구자들과 질병관리당국자들은 각자의 고유한 업무 및 연구분야와 진료분야가 따로 있다고 믿고 자기 분야의 일에만 몰두해 왔다.
그러나 인수공통전염병을 연구하며 이들 질환의 진단, 예방과 치료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서로 긴밀한 협력에 의한 질병예방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즉, ‘One health, One medicine’ 의 구호 아래 수의학, 의학, 보건학, 식품과학 등을  중심으로 인수공통전염병 퇴치를 위한 공동의 장으로서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가 2006년 창립되었다.
초대 및 2대 회장으로는 보훈병원장을 역임한 박승철 고대의대 명예교수(작고)가 추대되었으며, 3대 회장으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용호 교수(본인)가 선임되었다. 특히 의학, 수의학분야가 번갈아 가면서 회장직을 수행키로 하여 우준희 교수(의학, 아산병원), 김재홍 교수 (수의학, 서울대)에 이어 현재는 고려대학교 김우주 교수(의학)가 회장을 맡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학회에서의 ‘One Health’ 개념 도입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다.
인구증가와 행태의 변화, 혈액제제와 장기이식,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의료기술과 산업의 발달, 국제적 여행과 교역의 증대, 병원체의 적응과 변화 등으로 인하여 최근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이 사회적 이슈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의 관리는 일반적인 전염병 관리와 다른 점이 많다. 기본적인 원칙은 같으나 원칙을 적용 받는 집단이 사람과 동물이기 때문에 달라지는 점들도 있고, 인수공통전염병 고유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들도 있다. 감염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각 질병 별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질병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 만의 단독으로는 이러한 질병을 연구 및 제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의학 및 수의학 분야 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분야와의 공유, 공동연구를 통한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 또한 이러한 인수공통질병의 중요함을 인식하여 2004년 인수공통전염병 대책위원회와 6개의 전문분과위원회를 구성하였다.
2006년에는 개정 전염병예방법을 시행하고 이에 맞추어서 인수공통전염병대책위원회 운영규정을 질병관리본부와 당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예규로 각각 마련하고, 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종전의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 센터장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연구부장에서 질병관리본부장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으로 격상하였다.
뿐 만 아니라 각 분과에 질병관리본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관련 공무원과 전염병관리와 동물 전염병관리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인수공통질병에 대해 대처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정부 및 각계에서의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2006년 창립된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의 역할은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연구, 실험은 물론 정책수립단계에서 정보교류를 통한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나가는 초석을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메르스가 국내에서 발생하여 급속도로 전파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충격과 함께 감염관리 미흡에 따른 관계 당국의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감염자와의 접촉자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신속정확한 진단의 어려움과 의료진의 역할은 더욱 증대하였다. 유전자 진단 (PCR)을 통해 이러한 RNA 바이러스를 최종 확인하는 것은 2~3일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시료 오염으로 인한 판독의 어려움도 유발한다.
하지만 낙타나 박쥐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서 수의학에서는 이미 동물 MERS 진단키트(dip stick)가 개발,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단지 동물용이라는 이유와 식약처 승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만일에 이러한 키트를 이용했더라면 짧은 시간(30분)에 많은 의심환자들을 대량으로 스크리닝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고 선택된 최소한의 유전자 확진으로 이어져서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기 차단 방역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왜 ‘One Health’ 구호 아래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최근의 한 사례이다. 또한 수의학에서는 과거 몇 년간 FMD와 고병원성인플루엔자(HPAI) 발생을 통한 뼈아픈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초동방역의 중요성, 사전 예찰과 함께 치밀한 역학조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대비하고 있으며, 특히 역학 전문가들 양성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 2012년 소위 ‘광우병’ 이라 불리는 소해면성뇌증(BSE)은 질병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과학과 국민과의 소통의 부족에서 나타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즉, 위험분석(risk analysis), 위험평가(risk management)를 넘어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에 모든 관련분야의 과학자, 국민, 정부 그리고 언론 등이 참여하여 투명한 정보를 개방, 공유하였더라면 능히 조기에 불신과 두려움을 없애 버릴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그토록 외치고 있는 ‘정부 3.0’(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 단지 구호로만 그치지 말고 현장에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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