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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동물복지 중시…교과서적 사양관리 인상적

양돈강국 네덜란드 탐방기<하>

  • 등록 2015.11.27 10:48:41

 

이 기 영 CPS팀장(CJ제일제당)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기 어려워 현금으로 물과 간단한 식료품만을 구입하여 마트를 나와야 했다. 숙소로 향하는 길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일명 자전거부대!! 노인, 학생, 아이 할 것 없이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 정지선 옆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면 볼 수 있는 오토바이 행렬과 비슷해 보였다. 도시 곳곳에는 자전거 보관장소가 있었으며, 그 곳에서는 하루만 보아도 일생 동안 보아온 자전거 보다 더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었다. 유럽 국가들 중 네덜란드가 특히 자전거 이용률이 높으며, 자전거 도로가 아닌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도를 분리하여 보다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자전거 전용 신호등까지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농장주에게 들은 얘기로는 네덜란드에서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이며, 자전거와 교통사고가 나면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고 하였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 식사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음식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음료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음식점에서 물을 공짜로 주지 않기 때문에 따로 물, 맥주 또는 탄산 음료를 주문해야 했다. 이런걸 보면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나는 친숙하지 않은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하여 스테이크를 썰어 한입 물었다. 그 순간 입안에서 느껴지는 냄새… 그것은 바로 바로 웅취였다. 그리고 음식 선택을 잘 못 했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며 지나갔는데 그 이유는 다음 날 실습농장의 분만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포유자돈들 중 수컷들이 모두 거세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이상해 농장주에게 물어보니 EU연합은 동물복지제도의 일환 중 하나로 2012년 1월 1일 이후 외과적 거세를 자율적으로 종료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2018년 1월 1일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종료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 내 양돈장에서 거세를 하지 않는 비율은 약 65% 정도이며 도축 시 웅취가 많이 나는 고기에 대해서는 따로 선별하여 햄이나 베이컨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제도와 관련하여 네덜란드 양돈장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교배 기간이나 출산, 수유기를 제외하고 번식 모돈을 스톨에 가두어 사육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룹사육을 하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장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임신돈  그룹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신돈 그룹사를 운영하는데 있어 임신기간 사고 증가와 노동 시간 증가에 따른 생산 효율성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는 얘기를 농장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사육기간 돼지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완화 시켜주기 위해 돈사별로 장난감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정부에서는 분기별로 농장에 방문하여 동물복지정책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었으며, 장난감 또한 주요 점검항목 중 하나라고 하였다.
이렇게 네덜란드의 양돈장들은 동물복지제도에 맞추어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필자가 2009년 네덜란드에 방문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을 실습농장뿐만 아니라 일반농장들에서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동물복지에 따른 시설들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었고 높은 임금으로 인해 사육 시설들은 더욱 자동화가 되어 가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많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교과서적인 사양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네덜란드의 성적 상위농장과 하위 농장의 생산성 격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 이제 네덜란드 양돈장들은 많이 낳게 하는 것을 넘어 “태어난 자돈들을 어떻게 하면 모두 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지금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EU의 양돈장들은 동물복지정책뿐만 아니라 돈가 하락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네덜란드의 평균 돈가는 평균 1.5유로(약 1,900원/kg)로 우리나라 돈가의 1/3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성적을 높여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농장주들에게 양돈장의 성적을 좌우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하나 같이 시설, 유전력 그리고 사양관리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으며 이 세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답변 하였다.
네덜란드를 방문하고 느낀 것은 우리나라에 비해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양돈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참 부러운 나라 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내는 종돈, 첨단 시설 그리고 과학적이며 체계화 되어 있는 사양관리 같은 것들이 세계 양돈 시장을 이끄는 양돈 선진국 네덜란드의 대표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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