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편집국장 농협법개정안이 지난 20일자로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40일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마련할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축산이라는 산업을 고려한 법을 마련할 것을 그토록 여망했건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결국 입법예고한 것이다. 그런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기간동안 축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의견을 법안에 담을 것인지 또 한 번 속는 셈 치고 기대해 봐야 하는지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다른 얘기가 아니다. 현행 농협법에 담겨 있는 ‘축산특례’는 2000년 농·축협중앙회 통합 당시 축산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2009년과 2011년 개정 때에도 축산부문의 독립성· 전문성· 자율성 보장을 위해 그대로 존치한 조항이다.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에서 농·축협 통합을 합헌으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난을 빌어 다시 한 번 판결 요지를 들여다 본다. “농·축협중앙회 통합이 축산농가와 축협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 재산권 등 침해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축협중앙회를 해산하여 신설되는 농협중앙회안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갖는 축산경제대표이사를 정점으로 한 양축인들의 자조조직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러한 통합으로 인하여 축협중
윤봉중 본지 회장 정부가 추진중인 농협 구조개편작업을 보면 그 근본부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개혁차원에서 진행중인 구조개편의 목적이랄까 이유랄까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분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관료들이 하는 일이니 무엇이 됐든 그 이유는 분명 있을 터. 그러나 농협의 수요자인 회원조합과 농민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한 번 물어보자. 농협개혁(구조개편)을 왜 하는가? 현란한 수사(修辭)를 구사하는 언어의 마술사라 해도 이에 대한 답은 딱 하나여야 한다. 농협을 협동조합답게 만들어 농민조합원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지 그 외의 표현은 말장난일 뿐이다. 농협은 지난 반세기 동안 돈이 되고 손쉬운 은행업에만 탐닉한 나머지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에 소홀했고, 이것이 업보가 되어 주기적인 개혁압력에 시달려 왔다.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농협의 신경분리는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주로 재야학자들이 제기해온 신경분리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김영삼정부 때다. 이때부터 농협은 사업부문간 독립적 운영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식으로 예봉을 피해왔다. 농협은 지난 4반세기동안 여러 차례 기회
신정훈 본지 부장 연간 농업생산액(2014년 기준)은 44조9천168억원이다. 이중 축산생산액은 18조7천819억원, 41.8%의 비중을 차지한다. 농협중앙회 회원조합들의 경제사업 연간실적(2015년 기준)은 49조6천250억원에 달한다. 농협이 33조28억원, 축협이 16조6천222억원을 차지한다. 전체 1천133개 농·축협 중에서 농협은 994개소, 축협은 139개소이다. 축협의 수적비중은 12.26%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제사업 물량의 비중은 축협이 33.5%를 차지한다. 조합 당 평균 경제사업규모도 축협이 1천195억원으로 332억원의 농협이 비해 3.6배 수준이다. 더욱이 연도별 경제사업 성장률은 축협이 농협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민조합원들이 농협에 요구하는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명제를 가장 충실하고,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곳이 일선축협인 셈이다. 특히 축협은 대다수 농협과 달리 자체자금을 투입해 도축·공판장이나 축산물가공시설, 사료제조시설 등을 직접 운영하면서 축산농가,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축협이 제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때론 큰 틀에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김영란 편집국장 농업에서 축산업의 존재 가치는 어느 정도나 되는 건가. 존재하기 보다는 차라리 축산업은 없는 게 나은 것인가. 축산업은 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지 정말 알 수 없다. 당장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을 보면 축산업을 바라보는 힘 있는 일부 인사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균형 감각이 떨어진 편협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복잡하게 따질 게 아니라 보이는 현상, 있는 사실만으로도 축산업은 농업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 농촌을 견인하는 동력산업임이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축산업을 하나의 독립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농업의 종속산업으로 여기니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이건 이해시킬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현재 농협법 개정을 위한 논의 내용을 보더라도 축산을 어느 정도로 취급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축산을 농업조직의 안에 두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축산부문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 갑론을박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축산부문의 주요 쟁점은 축산지주 설립이냐 단일지주(농업+축산)냐와 축산대표를 현행대로 조합장 대표자회의에서 추천하냐 인
신정훈 본지 부장 “경제지주회사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중앙회 경제부문과 계열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추구하면서 계열사와 일선 농·축협 간에 사업경합과 갈등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계열사는 농·축협 간에 과당경쟁을 유도해 오히려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는 행태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경제사업까지 주식회사인 지주회사로 만들어 수익을 내게 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합니다.” 몇 달 전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후보들의 말이다. 당시 후보들은 모두 지주회사 방식의 경제사업에 크게 우려하면서 “농협경제지주 폐지”, “경제지주의 중앙회 환원”, “경제지주 출범 전면 재검토”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그들의 공약은 농협경제지주가 지난 4년간 주식회사로서 펼쳐온 경제사업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장의견이 담긴 공약 때문인지 당선은 ‘경제지주 폐지’와 ‘1중앙회 1금융지주체제’를 약속했던 김병원 회장에게 돌아갔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농협비판의 산물이다. 농축산물 판매기능 부진에 대한 농업인들의 비판은 신경분리 요구로 집중됐다.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농
윤봉중 본지 회장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소통’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성어 경청과 타협의 힘 되새겨 보게해 세상이 모두 잠든 캄캄한 밤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줄담배를 피워댄다. 팔짱을 낀 채 방안을 서성이거나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대개 이런 것이다. 그래서일까 TV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지도자의 모습에서는 고뇌와 고독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도자(리더)의 삶은 고독하기 마련이다. 참모가 있다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스스로의 몫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지도자의 처신과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통능력이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지도 모른다. 한비자(韓非子)에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나온다. 언젠가 한 스타앵커가 SNS에 올려 더욱 유명해진 말로서 직역하면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때 어느 주막집이 술은 잘 빚는데 매일 술이 쉬어 버려서 명망 있는 현자(賢者)가 그 원인을 알아보니 주막집에서 기르는
윤봉중 본지 회장요즘 매스컴을 접하면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주변정세가 그렇고 국제 유가하락이 웅변하는 세계경제의 끝없는 추락이 그렇다. 특히 국내외적 경제상황은 경제이론을 무색케 하는 마이너스금리의 실재적 도래를 걱정해야 할 만큼 혼돈의 시대를 맞고 있으며 한국 축산업도 미증유의 위기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업종별로 온도차가 있을 수 있는데다 관점에 따라 체감 정도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축산업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거나 적어도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국내 축산물시장은 지금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장벽없는 시장을 제공해야 하는 이른바 FTA시대를 맞았으며 급기야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공동체
이상호 본지 발행인필자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갈비탕을 먹으러 집에서 멀지 않은 서초동의 한 한우전문점을 자주 찾았으나 요즘 발길을 아예 끊었다. 갈비물량이 부족해 한정판매를 하던 이 집 갈비탕은 한우갈비라는 믿음과 희소성 때문에 불티가 났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필자는 그 집 단골인 지인에게 예약 부탁까지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예약 없이도 이 집 갈비탕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여기던 참이었는데 얼마 안가 산통이 깨지고 말았다.지인들과 갈비탕을 먹으며 왠지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순간 벽면의 메뉴판에 ‘갈비 호주산’이라는 작은 글씨를 발견한 것이다. 실망 가득한 지인들의 얼굴을 바라보기가 민망해 애써 딴 곳을 쳐다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갈비탕과 나란히 붙은 한우탕 표시에는 ‘양 호주산’이
김영란 편집국장선진화된 축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선진축산이란, 한마디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축산을 영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경제적으로는 경쟁력을 일정 부분 갖추고, 사회적으로는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는, 그런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된 축산이 비로소 선진축산이 아닐까 한다.그러면 우리 축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우리 축산업은 한마디로 선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후진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경쟁력 면에서도 세계 유수의 축산선진국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에서 열위에 있고, 국민들의 정서적인 면에서도 축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냄새라든가 질병 등으로 인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한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
윤 봉 중본지 회장“이렇다 할 식품업무 없음에도 약칭으로 농식품부 고집하는 건 축산 소외감만 증폭 ‘축’자 붙인 부처명 개명 취지도 퇴색”필자는 며칠 전 축산원로 ㄱ선생에게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식사를 하던 중 ㄱ선생이 뜬금없이 주말사극 장영실과 홍길동전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고 묻고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필자에게 둘 다 제 아비를 곁에 두고도 아비로 부르지 못하는 서자(庶子)가 주인공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뿔싸! 장영실과 홍길동 얘기가 나온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2016년도 축산인 신년교례회에서 만난 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약칭이 농축산부가 아닌 농식품부로 불리는데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었다.교례회 때 약속했던 이날 식사자리에서 ㄱ선생은 학생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축’자 대신 생명이니 동물자원이니 하는
윤 봉 중본지 회장공일증 앓는 재계 반대에도한·일 FTA 연기 모락모락양국 축산 정면승부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 필요중국이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축구라고 한다. 중국축구는 1978년 이후 치러진 30여 차례의 한·중전에서 한국을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하면서 공한증(恐韓症)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에서 ‘축구굴기’란 말이 나올 정도이니 과장은 아닐 것이다.반면 한국은 일본경제에 중국의 공한증보다 더 심각한 공일증(恐日症)을 갖고 있다. 일본이 최근 20년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우리나라 반도체나 스마트폰 수출이 약진하면서 예전과 달라졌다고는 하나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은 우리에겐 여전히 높은 ‘벽’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과의 FTA 체결에는 농축산업계의 분노에도 아랑곳없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
이상호 본지 발행인타의적 농협개혁, 농협 스스로 자초협동조합적 가치 부합한 비전 제시‘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개혁 가능1989년 일본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이 출간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우리에게는 망언으로 잘 알려진 극우성향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소니 창업자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국내 식자층에서도 필독서로 여겨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본인들은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한 걸로 생각했다. 국민들의 이런 정서를 등에 업은 저자들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일본의 반도체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며 미국에 할 말은 하고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그 외침의 반향은 컸다. 일본열도는 우익인사들을 중심으로 태평양전쟁의 패전을 앙갚음이라도 한 양 들썩였고 곧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