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일 기자 2016.03.24 17:13:44
“조사료 정책에 축산은 없다.” 축산농가들이 한 목소리로 조사료정책을 비판했다.
본지 주최로 지난 18일 농협안성연수원 상생관에서 열린 ‘조사료 공급문제 해법은 없나’ 토론회에는 200여명의 축산농가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은 “조사료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축산농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돼야 한다”, “국내산을 강요하는 것은 축산농가에게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현재의 조사료 공급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축산농가 및 업계의 입장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한 국내산 조사료 확대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박인희 농협중앙회 축산자원국장은 “수입조사료 쿼터의 축소가 곧 국내산 조사료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축산농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조사료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병 낙농육우협회 서울우유 김포낙우회장은 “지금까지 조사료 정책은 생산자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일관돼 왔다. 이런 가운데 수입조사료 쿼터를 줄여나가면서 농가의 화본과 건초의 수급 상황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축산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조사료 공급 정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석 현대TMR 대표는 “곤포사일리지 형태로 유통되는 국내산 조사료는 품질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실제로 품질 편차가 심해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무조건 이를 사용할 것을 축산농가와 TMR업계에 강요하고 있다. 조사료 수입쿼터를 제한해 가격상승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산 조사료 확대는 품질향상을 바탕으로 유통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정책 중에서 국내산 조사료 사용량과 연계한 수입조사료 쿼터 배정에 대해서도 지적이 많았다.
참석자들은 “오늘 주제발표를 보면 국내산 조사료 생산은 호남과 충남 등 일부지역에 편중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료 생산과 수입조사료 쿼터배정을 연계한다는 것은 조사료가 풍부한 지역에 수입쿼터까지 배정하겠다는 뜻이다. 도대체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좌장을 맡은 조석진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앞으로 축산업계와 정부가 조사료 문제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