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호 기자 2016.04.08 10:25:42
각종 산업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이 향상되며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저렴한 인건비가 중국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표현도 어느새 옛말이 돼버렸다. 비단 반도체나 휴대폰 등 첨단산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이제 양돈 생산성까지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온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中 기업양돈 PSY 31두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의 모돈수는 3천783만두로 전년보다 11.4%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의 돼지도축두수는 지난한해 7억825만두로 그 감소폭이 전년대비 3.7%에 그쳤다. 그만큼 양돈생산성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3.7~13.8두에 불과했던 중국 양돈장의 PSY는 지난해 평균 17두까지 향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PSY가 21두 수준인 우리와 비교해 아직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최근 생산성이 사실상 제자리 상태를 보이고 있는데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양돈산업 추세를 감안하면 결코 큰 차이는 되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더구나 현지 양돈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대기업 양돈장의 생산성은 이미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P&C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New Hope 그룹은 산하 농장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PSY가 26~30두에 이르고 있다. Xia Jinnong사의 경우 31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럽 격차 커져
이에 반해 세계 최고의 양돈강국인 유럽과 우리나라의 생산성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덴마크의 경우 지난 2014년 PSY가 평균 30. 6두에 이른데 이어 40두에 육박하는 사례도 출현했다.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네덜란드 역시 그해 29.2두의 PSY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전과 비교해 우리와 유럽의 생산성 차이가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수준 이상부터는 생산성 향상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실제로는 더 벌어진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 2983(3월25일자) 6면 참조
FTA로 인해 ‘관세제로’ 시대가 현실화 된 이때 선진국은 더욱 멀리 달아나고, 적어도 생산성면에서는 훨씬 뒤쳐져 있을 것이라 여겨왔던 중국은 어느새 우리 양돈산업의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인 것이다.
◆‘성장’ 보단 ‘유지’ 관심
최근 국내 양돈산업의 분위기만을 보면 이같은 흐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각종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양돈산업은 사육기반 마저 위협받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구제역을 비롯한 각종 양돈질병이 잇따르면서 생산성 제고에는 미처 신경 쓸 겨를 조차 없는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정부나 양돈업계 모두 ‘성장’ 보다는 ‘유지’에 양돈산업 발전방향의 초점을 맞추고 있을 정도다.
정P&C연구소 정영철 소장은 “미국에서도 신규 도축장이 추가로 설립되는 등 양돈산업 규모가 계속 팽창되고, 생산성 역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유럽은 생산성으로, 미국은 물량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물론 중국이 돼지고기 수출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입장에서는 늘 잠재적 위협국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국내 양돈산업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급률 50% 유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무엇보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고돈가 추세에 젖어 생산성 보다는 전체적인 돼지 사육두수 조절을 통해 가격과 소득을 유지하려는 시각이 만연해 있는 현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함께 보다 공격적인 생산기반 확대 및 산업 인프라 구축 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인식과 실천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