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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리즈>동약산업 체질개선 ‘지금이 골든타임’ ①카피 전쟁터 … ‘똑같은 제품끼리 경쟁’

가격 외엔 마땅한 마케팅 포인트 없어

기자  2016.04.14 11: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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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기자]

 

1. 카피 전쟁터 … ‘똑같은 제품끼리 경쟁’
2. 관납의 불편한 진실 ‘혈세 누수’
3. 원료는 중국산…그러나 중국 수출은
4. 우리땅서 설 자리 잃는 국산제품
5. 또 하나 성장축 생약 ‘길은 없나’
6. 장삿꾼 취급 받는 유통맨들
7.약사 고용은 왜

 

지금처럼 동물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때가 있었을까. 정부차원에서 중장기 발전대책을 내놓고, 장관이 직접 수출을 챙기는. 하지만 동물약품 산업이 수출역군으로, 그리고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지속발전하려면, “이대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본지는 기획시리즈 동약산업 체질개선 ‘지금이 골든타임’을 통해 현안문제를 들여다보고, 돌파할 혜안을 강구해 본다.

 

특허만료 후 우후죽순 제품 출시…개발에는 ‘소홀’
출혈경쟁 난무해 시장 ‘얼룩’…우수제품 사장 일쑤
신물질 개발 어렵다면 복합제 아이디어 상품이라도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국내에 허가된 동물약품 품목 수는 8천146개에 이른다.
허가된 품목 수만 따지면 축산과 동물약품 시장이 훨씬 큰 미국과 일본을 각각 3배, 2배 넘어선다. 동물용의약외품과 동물용의료기기로 범위를 넓히면 품목허가 수는 1만3천204개나 된다. 카피제품이 워낙 많아서다.
예를 들어 2년 전 한 지속성 세프티오퍼제제에 대한 특허가 풀렸고, 이후 국내 시장에는 우후죽순 카피제품이 쏟아졌다. 카피제품 수는 이제 10개나 되고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마보플록사신 34개, 린코마이신 25개, 엔로플록사신 주사제 61개 등이 이러한 예상을 대변한다. 복합제제를 합치면 훨씬 더 많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그 이전에도 그랬고, 지난해,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수십년간 이렇게 해서 국내 동물약품 시장에서 카피제품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국내 동물약품 시장은 카피제품 전쟁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품목 수 증가는 분명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폭이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제품의 성분구성이 똑같거나 비슷해 그 효능도 별 차이가 없다는 거다. 심지어 원료업체도 같을 때가 비일
비재하다.
이를 두고 같은 제품 수 십개가 경쟁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고, 결국 무리한 과당·출혈가격경쟁 탓에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우수 제품이 나오더라도 빛을 못보고 사장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조그만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마진율은 계속 떨어지고, 연구개발에는 소홀히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모양새다.
카피제품 범람은 해외시장 공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해외전시장에서 한국관을 찾은 바이어들은 “한 두 제품을 빼고는 회사마다 제품이 거의 똑같다. 가격 외 다른 마케팅 포인트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면서 “가격을 내려달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회사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협상카드를 내밀기 일쑤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이에 대해 영세한 업체 여건상, 신물질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카피제품이라도 많이 팔고 매출을 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주요한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경쟁은 더 이상 한계다. 계속 이럴 수는 없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제품 특화·차별화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 신물질 개발이 힘들다면 복합제제, 용법·용량 개선, 아이디어 상품 발굴 등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신물질 개발이 힘들다면 복합제제, 용법·용량 개선, 아이디어 상품 발굴 등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