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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탐방>국내 첫 동물복지 젖소농장 지정된 안성 송영신목장

“생산성 넘어 건강한 축산물 생산이 경쟁력”

박윤만 기자  2016.11.09 11: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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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박윤만 기자]

 

현재보다는 후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실천, 동물복지 농장을 지정받은 농장이 있어 화제다.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송영신목장이 바로 그곳.

 

젖소 습성 고려 풀사료 급여…사육공간 넓혀
소들 아프지 않고 건강해져 생산비 절감 효과

 

착유우 120여 마리의 무인목장(無人牧場)으로 운영되고 있는 송영신목장(대표 하현제)은 최근 국내 제1호 동물복지 젖소농장으로 지정받았다.
지속가능한 축산의 일환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하 대표는 “그 동안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 지속가능한 축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나 역시 과거엔 생산성부터 따졌었다”며 “지금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자는 것이 철학”이라고 밝혔다.
하 대표는 특히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유기농 목장이자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정보통신기술(ICT) 모델 목장”이라고 강조하고 “100% 풀만 먹여서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초 동물복지 젖소농장”이라고 자신의 농장을 소개했다.
하 대표가 지속가능한 축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몇 년 전 선진지 견학의 일환으로 독일을 다녀온 뒤부터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맑은 물, 맑은 공기, 좋은 땅인데 그 세 가지를 훼손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독일 농부들의 사명이란 이야기를 듣고 축산업 종사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 이후 그가 목장을 운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고 한다.
동물복지 젖소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젖소의 습성을 고려해 충분한 풀사료를 급여하고, 기존 사육환경에 비해 2배 이상의 사육공간 제공, 수의사 정기방문에 의한 건강관리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송영신목장에서는 독일 알고이 지방의 알프스 천연 초지에서 생산된 목초 펠렛과 건초를 각각 12㎏씩 먹이고 있다. 알고이 목초 펠릿의 경우 초장이 15㎝이하일 때 수확해 인공건조 시킨 것으로 자연 건조시킨 것에 비해 영양적 가치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질의 풀 사료만 먹고 생산된 우유는 품질에서도 차이가 난다. 보통 필수지방산인 오메가 3와 6의 비율이 4대 1이하일 때 건강에 유익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송영신목장의 우유는 2대 1이하다. 또 미국 FDA의 생우유(raw milk, 별도의 살균과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우유) 기준을 통과했을 정도로 체세포수가 낮고 균질성이 높아 원유를 그대로 마셔도 전혀 탈이 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송영신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는 일반 우유업체 대신 국내 유기농제품 판매업체인 한살림 등에 납품되고 있다.
하 대표는 소에게 풀만 먹인 이후 유량은 35㎏에서 23㎏으로 줄어들었지만 소가 건강해져 질병 치료비나 도태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목장 일도 훨씬 수월해졌다며 전체적인 만족도는 과거에 비해 지금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바닥이 깨끗해야 소가 편하게 쉴 수 있고 깨끗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2∼3번 바닥 청소는 기본입니다. 소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이 아무리 넓어도 바닥이 지저분해서 소가 앉아 있질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동물학대죠.”
그는 동물복지에서 면적보다 중요한 것은 소의 편안한 정도라며 소는 기본적으로 하루 16시간을 앉아있고 7∼10시간 정도 되새김질을 해야 편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착유기를 사용하는 농가의 경우 바닥이 지저분하면 로봇 착유기가 자주 고장 날 수 있다며 로봇착유기 운영의 최고 노하우는 깨끗한 바닥관리라고 귀띔했다.
하 대표가 수의사 일을 하면서 지난 7년간 목장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로봇착유기와 로봇포유기, 지능형카메라 등 ICT 도입으로 인한 자동화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착유부터 발정탐지까지 로봇착유기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도 하루 두 번 시간을 정해놓고 착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할 때 들어가 착유를 하기 때문에 동물복지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ICT 덕분에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사람복지도 가능해졌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ICT 하면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됐냐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목장을 하는 사람의 만족도라고 말했다. 목장을 하는 사람이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 얻게 되는 만족감이 훨씬 크고 그로 인해 축산업의 대를 이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 지속가능한 축산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우유소비 촉진과 관련해 하 대표는 “유럽에 가보면 길거리에 우유 자판기가 있다.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자판기에 매일 갈아주기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우유를 구입해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우유 자판기를 설치하면 목장에서 아침에 생산한 우유를 그 날 마실 수 있다”며 “독일에서 컨테이너 형태의 우유 공장과 우유 자판기를 도입해 직접 생산한 우유의 유통까지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