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호 기자 2016.11.16 11:36:12
사료에서부터 육가공, 가금계열화사업까지 거침없는 M&A를 통해 국내 축산업계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勢)를 확장하고 있는 사조그룹.
수년전부터는 양돈업에도 눈을 돌리며 농가들 사이에서는 그 어느기업 보다 강력한 양돈장 포식자로 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의 한 양돈농가로부터 2개의 농장을 280억원에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사조그룹의 행보가 다시금 양돈업계를 초긴장케 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주요기업의 한돈업 진출 현황’ 에 따르면 7월 현재 사조그룹은 직영 양돈장만 6개에 달하고, 이곳에서 사육되는 모돈수도 1만248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종돈장은 제외한 수치다.
한돈협회와 5개 양돈기업이 협약을 통해 사육두수를 늘리지 않기로 합의한 2013년 3월 당시 사조그룹의 직영농장이 3개, 모돈수가 3천771두였던 것을 감안하면 3년만에 직영 농장수가 2배, 모돈수는 3배 육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당시 협약 기업 가운데 법적분쟁에 휘말려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D사를 제외한 3개 기업의 경우 직영 농장수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모돈 숫자만 소폭의 변동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돈협회의 집계상에는 사조그룹 직영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모돈수가 이미 다른 기업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조그룹이 제1의 경계대상’ 이라는 양돈농가들의 반응이 결코 무리가 아님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다른 양돈기업과는 달리 축산이 모태가 아니라는 점도 양돈농가들을 더욱 긴장케 하고 있다.
한돈협회의 한 임원은 “아무리 수익창출이 궁극적인 목표라고는 하지만 축산에서 시작한 기업들은 아무래도 양축현장의 정서를 신경쓸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모습들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시작이 다른 사조그룹으로부터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동아원 사료 인수와 함께 사료생산량 만큼 자체적인 사육두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했다는 소문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3월 당시 모돈사육두수 수준으로 복귀를 통해 협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한돈협회의 요구에 대해 사조그룹측은 ‘수용불가’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최근 한돈협회장과 면담을 제안해 오는 등 다소 유동적인 입장변화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자사 직영농장의 모돈숫자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거나, 늘어난 사육두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온 나머지 기업들과는 처음부터 그 대응자세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업자본의 가축사육업 진출과 확대 추세에 반발, 축종을 불문한 모든 양축농가들이 연대를 통한 실력대응을 예고해온 상황.
이에 향후 사조그룹의 행보와 함께 양돈업계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전 축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