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에는 방역세, 휴지기제, 방역국, 방역직 등 예민한 내용들이 대거 빠져있거나 포괄적 표현으로 비껴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대책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행 중’에 더 가깝다. 이번에 제외된 이유와 대체방안, 앞으로 추진계획 등을 살펴본다.
당국, 대체수단 강구…“확정되지 않았을 뿐 현재 진행형”
가축방역세 “재난관리기금으로 방향타 옮겨”
살처분, 매몰처리 등에 따른 지자체 재정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에서 추진됐다. 가축시가의 1%(과거 도축세 기준) 정도를 농가로부터 걷어 방역비용을 쓴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애초 새로운 세목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컸다. “방역은 제2 국방이라면서 왜 농가에 방역비용을 전가시키려고만 하냐”라는 농가 반발도 거셌다.
결국 대책에서는 재난관리기금(1조6천억원)으로 방향타를 돌려잡았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방역부담금 등 방역재원 확충 방안을 재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여전히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놨다.
휴지기제 “지자체장 사육제한 명령으로 대체”
동절기 가금사육을 제한해 AI 질병을 원천차단한다는 특단책이었다. 특히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시범사업 계획도 담겼다.
하지만 대상축종과 보상방법 등을 두고,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았고, 전국으로 넓히기도 곤란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자체다. 이번 대책에서는 지자체장에게 위험농장·지역 등에 대해 사육제한 명령권한을 부여했다.
사실상 휴지기제는 지자체가 스스로 실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고 할 수 있다.
방역정책국 “전담조직 재편·보강에 머물러”
축산업 진흥과 방역 정책 기능 분리라는 명분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평시 방역정책에 집중하는 등 방역효율을 높일 획기적 수단이라며 방역정책국 신설을 강력 촉구하면서 이번에는 진짜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 역시 현장방역 지원기능 강화를 위한 전담조직 재편·보강에 머물렀다.
중앙정부 조직 내 ‘국’ 단위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워낙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줬다.
농식품부에서는 이에 대해 방역정책국 신설을 포함해 다양한 조직개편 방안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직 “방역본부 인력 활용 검토 중”
가축방역관 고유업무 외에 일반 방역업무를 구분해 전문교육을 받은 자 등에 방역직(신설)을 부여한다는 것이 당초 추진방침이었다.
이를 통해 지자체들의 방역인력 채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수의계를 중심으로 “처우개선으로 방역관을 확보하는 것이 더 현실적 대안이다”라는 주장이 불거졌다.
지자체 역시, 총액인건비 등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기존 공무원을 ‘방역직’으로 갈아타게할 마땅한 유인책도 없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에서는 방역본부 인력 등을 활용해 방역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