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호 기자 2017.08.25 11:29:09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를 손질, 산업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축산현장은 실질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농림축산어업과 ‘뿌리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숙련기능 점수제 비자’ (E-7-4)를 신설, 이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기능인력 점수’를 확보만 하면 이 비자를 발급받아 2년마다 심사를 거쳐 체류연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법무부가 제시한 숙련기능인력 평가 항목 가운데 축산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정수준 이상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산업기여가치(최대 20점) ▲미래가치(3개 기준 각 최대 20점)를 평가하는 필수항목과 ▲보유자산(최대 35점) ▲국내 근무경력(최대 15점) ▲관련직종 국내 교육 또는 연수경험(최대 10점) ▲가점(최대 40점)을 평가하는 선택항목(최대 100점)으로 배점기준이 구분된다.
산업기여가치의 평가기준인 ‘숙련도’(최대 20점) 점수가 10점 이상인 자로 총 득점이 50점 이상이거나, 필수항목합계 점수가 35점 이상인자로 총득점이 70점 이상일 경우 점수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숙련도’ 의 평가기준을 보자. 연간 소득이 최소 2천600만원 이상이거나 자격증(기사, 산업기사, 기능사)을 소지하고 있어야 1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축산 관련 자격증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마당에 4년마다 귀국을 해야하고 이직이 잦은 축산현장의 외국인근로자 현실을 감안할 때 해당기준을 충족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란 게 양축농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시행하는 기량검증을 통과하면 10점을 받을 수 있지만 축산업계에는 해당기관이나 기준조차 없는 상황.
숙련도가 아닌 또 다른 필수항목에서 기준점수인 35점 이상을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미래가치부여 평가 항목의 하나인 학력(최대 20점)은 고졸부터 5점을 받을 수 있고 한국어 능력의 경우 토픽 1급 또는 사회통합프로그램 1단계 이상부터 5점, 연령(최대 20점)은 34세 이하여야 5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숙련도나 필수항목 합계 점수를 충족하더라도 나머지 선택항목에서 원하는 만큼 점수를 받을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보유자산은 최소 3천만원 이상, 국내 연수경험 1년 이상, 국내 근무경력은 4년 이상부터 5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유학경험이나 관련중앙부처 추천. 사회공헌, 읍면지역 근무경력이 있으면 가점을 받을수 있으나 축산현장 외국인근로자 대부분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외국인 숙련기능 점수제 비자’가 가장 절실한 축산업계지만 현실적으론 ‘그림의 떡인 셈이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뿌리산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농축산업계의 현실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식량산업인 농축산업계도 혜택을 기대할수 있도록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