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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쇠고기 시장 지각변동…생산국이 주도권 쥔다

일본 SG 발동 배경은 미·중 쇠고기 협상
식품기업 가격상승 우려해 미국산 사재기

신정훈 기자  2017.09.01 1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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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급증에 따라 관세를 인상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14년 만에 발동한 가운데 그 배경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중국수출 재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농협축산경제리서치팀은 최근 일본 언론보도를 인용해 “세계시장에서 쇠고기 쟁탈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중국수출 재개 소식에 가격상승을 예상한 일본업체들이 수입을 서두르면서 세이프가드까지 발동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일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급증하는 이변이 발생한 시기는 5월 중순경으로 분석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규동(쇠고기 덮밥)점을 운영하는 식품기업이 냉동보존이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를 한꺼번에 대량 구입한 것이 세이프가드 발동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호주산 쇠고기가 가뭄영향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것도 영향을 끼쳤지만 결정적인 배경은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5월11일 BSE(소해면상뇌증) 문제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14년 만에 재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4월 상순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경제협상 개시와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이행을 합의한 이후 나온 최초의 후속조치였다.
중국의 폭발적인 매수가 시작되면 가격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식품기업들은 이 때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대량구매에 돌입했다. 그 결과 4∼6월 수입량은 전년대비 약 2할 증가했다. 17%를 초과할 경우 자동적으로 세이프가드의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38.5%였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관세는 8월부터 내년 3월말까지 50%로 상승한 상태이다. 쇠고기 세이프가드(SG)는 1990년대 UR협상에서 일본이 쇠고기 관세를 낮추는 대신 수입급증에 대한 긴급조치로 인정받았다.
중국은 현재 세계 주요 쇠고기 수입국으로, 2004년 1만 톤에서 2014년에는 78만 톤으로 수입량이 증가했다. 2024년에는 151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 5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일본식품회사들은 “쇠고기를 수입하고 싶어도 중국에 밀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세계시장의 주도권도 변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쇠고기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었지만 점차 생산국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다. 2014년 3월 일·호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에서 당시 호주 조이스 농림장관은 “호주산 쇠고기는 중국이 얼마든지 사준다”며 일본의 양보를 요구했었다.
중국은 쇠고기 이외에도 돼지고기와 곡물시장에서도 거대고객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중국은 2004년 돼지고기 수출국에서 2014년엔 78만 톤의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2024년엔 128만 톤의 돼지고기를 수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곡물시장에서도 중국수요는 2000년 18.5억 톤에서 2025년에는 28억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에선 세계 육류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이프가드 개선 요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사이토 켄 농림수산성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이프가드를 폐지할 경우 논리적으로는 통상 일반관세를 인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고 답변했다.
미국 트럼프정부는 무역적자 감소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중국과 일본 및 한국을 공략대상으로 주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올해 10월 예정된 미·일 경제회담에서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