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훈 기자 2017.11.08 10:32:24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계열사 포함)와 일선축협이 생산부문과 유통·가공부문 대부분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가축 관련사업 확대를 주문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 김태환)가 최근 축산관련 학회장들에게 밝힌 농협의 축산경제사업(축협 포함)의 시장위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산지원부문(이하 2016년 기준)에서 가축개량의 경우 한우정액(183만5천str)의 100%를 농협이 점유하고 있고, 젖소정액은 전체 70만5천str 중 49.6%(35만str)의 비중을 가진 농협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종돈의 경우 19만9천두 중 농협은 4만2천두(21.2%, 농협종돈사업소 13.3%)로 2위를 하고 있지만 배합사료는 1천938만1천 톤 중 591만3천 톤(30.5%, 농협사료 16.8%)으로 1위를 하고 있다. 동물병원도 전국 3천979개소 중 농협이 105개소(2.6%)로 1위를, 가축시장은 87개소 100%를 농협이 운영할 정도로, 종돈분야를 빼면 생산지원부문 전체에서 농협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유통·가공부문에서도 돼지도축과 도계, 육가공품을 빼면 대부분 농협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도매의 경우 소 도축은 86만2천두 중 농협이 46만3천두(53.7%)로 1위를, 돼지 도축은 1천652만8천두 중 432만6천두(26.2%)로 1위를 하고 있다. 원유 집유량도 전체 207만 톤 중 143만2천 톤(69.2%)으로 1위를 했다.
소매의 경우 소는 전체 7조2천89억 원 중 농협점유율은 20.8%(1조5천26억 원), 돼지는 전체 8조4천593억 원 중 농협은 15.7%(1조3천278억 원)로 모두 1위 자리를 지켰다. 군납의 경우 4천130억3천500만원 100%가 농협물량이고, 벌꿀은 1만4천 톤 중 12%(1천683톤)의 비중으로 농협이 시장점유율 1위였다.
그러나 가공분야(목우촌)의 경우에는 순위가 처졌다. 돼지가공은 1천654만5천두 중 농협 비중은 2.6%(42만5천두)로 11위에 불과했다. 닭 가공(도계) 역시 전체 9조9천251만8천수 중 농협 비중은 2.8%(2천812만3천수)로 7위에 그쳤다. 목우촌이 전담하는 육가공품 점유율도 8.7%로 4위에 머물렀다.
농협 스스로 분석한 자료를 들여다보면 축산경제사업이 대가축에 집중돼 있고, 양돈조합들의 역할을 제외하면 경제지주(축산경제)는 중소가축과 관련된 생산지원, 유통·가공부문에서 시장을 전혀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 탓인지 협동조합 외부에선 농협이 중소가축 사업 활성화를 추진해 농가를 보호하고 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지적이 반복됐다. 김현권 국회의원은 국감에서 “농협이 최근 10년 동안 기업을 인수 합병한 것을 보면 경제사업 분야는 농우바이오 하나 밖에 없고, 나머지는 금융회사에 치우쳐 있다. 축산분야의 경우에는 전무하다. 농협이 양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인수 합병 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그동안 종계부화장을 포함해 여러 차례 육계와 오리 계열업체 인수기회가 있었지만 계속 실패했다. 인수검토 과정에서 내부적인 의사결정 문제가 발목을 잡은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양계협회를 비롯한 생산자단체들이 농협의 계열업체 인수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어도 결과는 매번 똑 같았다.
관련 농가들은 농협이 인수합병을 통한 중소가축 시장진입을 추진할 경우 신규시설이 늘어나는데 대한 시장과잉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기존업체와 농협의 인프라가 상생작용을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 농협의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축산경제사업 활성화의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농협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