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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은 전략적 자원…안정공급망 구축해야”

조세영 전 대표, 축정포럼서
‘나라별 적정비율 수입’ 주장
특정국가 의존 시 리스크 커
품질검증·수입다변화 요구
국가 차원 제도마련 주문도

김영길 기자  2018.03.28 1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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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지난 97~98년 외환위기 당시 가축들은 굶어죽을 위기에 몰렸다. 사료원료로 쓰일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데, 달러가 없었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애간장을 태웠고, 국민들 역시 당장 저녁식탁 먹거리를 걱정해야 했다.
지난 26일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열린 2018년 3월 축산정책포럼<사진>(회장 윤봉중·축산신문 회장)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조세영 전 미국대두협회 한국주재 대표는 “이렇게 곡물은 전략적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서둘러 안정적인 곡물 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는 간신히 미국측으로부터 식량과 사료 도입을 위한 10억불 신용(GSM-102)을 받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한국사료 산업과 미국 간에 긴밀한 파트너십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조 전대표는 국제곡물 시장 여건을 봤을 때 현재는 그 불안정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등 2050년이 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식량자원 생산이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에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 극단적인 강우 패턴, 물 부족, 사막화 촉진 등에 따라 곡물 생산과 공급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과거에는 지구 북반구에서 생산이 줄면 약 6개월 시차가 있는 남반구에서 증산하거나 이듬해 생산을 늘려 다시 곡물시장이 안정을 찾았지만, 이제는 지역·시간 차이를 이겨낼 자동조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곡물 생산을 위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위기 시에는 결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그 나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안정적 곡물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놓지 않고서는 지속축산은 물론, 식량안보마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응방안으로는 “곡물가격에 휘둘려 이리저리 구입처를 옮겨다닐 것이 아니라 미국, 남미 등을 대상으로 일정량 공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신용을 이어갈 수 있고, 이 신용은 국제무역 관계에서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평상 시에는 곡물을 수입하는 쪽이 선택하는 구조이지만 위기 시에는 그 입장이 뒤바뀌게 된다”며 이에 대비해 곡물구매 정책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포럼 참석자들은 조 전대표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업계, 정부 등이 안정적 곡물 조달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한 남성우 전 농협대학교 총장은 “특정 국가에 치우치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지만, 사료업체로서는 가격을 최우선해 곡물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며 국가차원에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도영 케이프라이드 사장 역시 “개별기업에서는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찾게 된다. 리스크를 분산할 정책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민섭 농협경제지주 축산기획본부장은 “국가가 직접 나설 경우 무역분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실수요 기업이 미리 만나 전략적 구매 방안에 대해 논의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술과창조 고문은 “곡물 수출국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주요 고객이다. 당당히 우리 것을 주장하고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만섭 모란식품 대표는 “곡물 품질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다 꼼꼼히 살펴볼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가격 대비 효용도 따져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사료값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한다. 곡물 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입축산물 파고를 넘기 어렵다”며 곡물가격 안정화를 위해 농식품부, 산자부 등이 연계해 큰 틀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 참석자들은 기존 미국, 남미 시장 외 아프리카 등 새 곡물 수입처를 개척하는 것은 물론, 새만금간척지 등 국내 토지 활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